코스피 7% 폭락, 요동치는 차트 너머 우리가 지켜야

by 긴기다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습, 그리고 이어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코스피가 하루 만에 7.24% 폭락했다. 452포인트가 단숨에 증발하며 5,800선마저 무너진 5,791로 마감했다. 3·1절 연휴로 인한 휴장 기간의 충격이 한꺼번에 반영된 데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탓에 일본(-3%)이나 대만(-2.2%)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그 충격과 낙폭이 훨씬 컸다.


불안감에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466원 선까지 치솟았고, 지수 상승을 멱살 잡고 끌어올리던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각각 9.88%, 11.50% 폭락하며 장을 마쳤다. 자산 시장이 요동치는 이 차가운 숫자들 이면에는 생을 달리하거나 극한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비극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의 고뇌와 참혹한 현실 앞에서는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 시장의 참여자로서, 냉혹하게 돌아가는 이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의 생각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다.


외국인과 기관 등 큰손들에게 이번 사태는 훌륭한 익절의 명분이자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기회다. 실제로 3일 하루에만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조 2천억 원이 넘는 물량을 쏟아냈다. 그들은 양방향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적 우위가 있기에, 이러한 극심한 불확실성을 자산 회수나 하락 베팅의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하며 지수를 밀어버린다.


개인 투자자인 우리는 어떤가? 거침없이 오르던 주식을 쳐다보며 극심한 포모(FOMO)에 시달렸던 누군가에게는 이 폭락이 진입의 기회로 보일 것이다. 반대로 급등하던 자산이 고꾸라지는 것을 보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섣부른 매수와 매도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춰 선 이들도 많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매수나 익절의 기회,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구간이 동시에 열린 셈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내리는 결정은 결국 각자의 예측에 기반한다. 하지만 거시적 충격 앞에서의 단기 예측은 동전 던지기나 다름없는 50%의 확률 게임이다. 큰 이슈에 의한 움직임은 큰 변동성을 동반하므로 예측이 빗나갔을 때의 손실은 치명적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펀더멘털을 확인하며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투자에 있어 훨씬 안정적인 자세다. 주식 시장에서 단 하루만 머물다 떠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오늘 당장 지수가 반등할지, 바닥을 뚫고 계속 하락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낙폭이 워낙 컸기에 단숨에 원래 궤도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으며 추가 매수나 신규 진입을 서두르기보다는, 변동성이 잦아들고 추세가 안정적으로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뒤에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다.


버핏이 강조한 ‘절대 돈을 잃지 마라’는 원칙을 다시금 새겨야 할 때다. 맹렬한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뒤의 바다에는 침몰한 배들이 즐비하다. 일단 가라앉지 않고 바다 위에 떠 있기만 해도, 폭풍이 걷힌 후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온다. 눈앞에 펼쳐진 차갑고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섣부른 행동을 삼가는 것이 생존의 지름길이다.


박스권에 갇힌 횡보장은 지루함을 주지만, 지금과 같은 큰 폭의 등락은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결정은 공포에 짓눌려 있거나 조급함에 쫓길 때 일어난다. 그동안 주식 수가 적어 아쉬웠거나 포모로 괴로웠던 사람이라도, 시장의 오름세가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 한 호흡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숫자가 요동치는 붉고 푸른 차트 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그 뒤에 가려진 죽음과 상처는 어떠한 이유로든 애도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부디 더 이상의 무고한 인명 피해 없이, 비극적인 사태가 조속히 그리고 평화롭게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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