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모든 이의 영원한 화두다. 특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중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젊었을 때는 특별한 질병이나 사고가 없는 한 건강에 큰 공을 들이지 않는다. 가만히 두어도 일상을 위협받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전 세대에 걸쳐 자기 관리가 트렌드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강은 잃기 전까지 그 가치를 체감하기 어렵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식단, 운동, 휴식의 삼박자를 조절하려 애쓴다.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고, 해로운 것은 멀리하려 노력한다.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에너지가 고갈되기 전 적절한 휴식을 취한다. 이 모든 행위는 결국 '건강함'이라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지불이다.
그렇다면 건강을 위한 행동과 실제 건강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성립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일종의 거래 관계다. 건강함이 ‘상품’이라면, 행동은 그 값을 치르는 ‘돈’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거래와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보통은 상품을 확인하고 돈을 내지만, 건강은 반대다. 건강은 행동이라는 비용을 먼저 지불해야만 그 결과물이 주어지는 ‘선불제’ 시스템이다.
이 거래에는 환불도, 사후 결제도 없다. 건강을 먼저 가불해 쓰고 나중에 행동으로 갚는 것은 불가능하다. 흔히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현관문에 들어설 때, 우리는 스스로와 위험한 협상을 한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 치맥으로 보상받고, 내일은 진짜 두 배로 운동해서 갚을게’라며 달콤한 외상 거래를 시도한다. 하지만 건강의 세계에서 ‘내일의 운동’으로 ‘오늘의 폭식’을 결제할 수 있는 전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묵직해진 속과 부은 얼굴이라는 영수증만이 날아올 뿐이다. 이처럼 행동을 하지 않아 건강이 나빠진 뒤에 후회해도 이미 떠난 건강은 환불되지 않는다.
건강의 선불제 속성 때문에 사람들은 실천을 어려워한다. 인간은 손에 쥐지도 않은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비용을 치르는 것을 본능적으로 손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참아야 하고, 하기 싫은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 ‘먼저 지불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게 다가오는 이유다.
선불제라는 사실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면, 이를 ‘실시간 동시 거래’로 관점을 바꿔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령 아파트 엘리베이터 점검 안내문을 봤을 때, 한숨을 내쉬는 대신 ‘이 계단을 오르는 한 걸음마다 내 혈액순환이 조금씩 좋아진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좋은 음식을 입에 넣는 그 찰나에 내 몸의 세포가 생기를 얻고,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르는 그 순간 심장은 더 힘차게 뛰며 신선한 산소를 공급한다.
음식과 운동은 몸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준다. 건강한 식사는 속을 편안하게 하고, 적당한 움직임은 혈행을 개선하며 정신적 피로를 씻어준다. 운동의 결과는 몇 달 뒤의 근육량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마친 직후 찾아오는 개운함과 스트레스 해소라는 형태로 즉시 배송된다. 이처럼 건강한 행동과 건강함이 ‘동시에 오고 간다’는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찰나의 거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비로소 건강은 우리 몸에 안정적인 자산으로 머물게 된다.
몸과 마음에 좋은 줄은 다 알지만 실천이 어렵다면, 실행에 옮기기 전 ‘심리적 문턱’부터 낮춰야 한다. 많은 사람이 몸이 움직이기 전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의 턱이 높기 때문이다. 거창한 기술은 필요 없다. 자신에게 맞는 것 하나만 골라 반복해 보자. 멜 로빈스의 ‘5초 법칙’, 게리 켈러의 ‘원씽’의 변형, 혹은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까지 모습은 다르지만 결이 같은 것 중에 하나만 자기 것으로 만들어 보자.
건강은 결코 후불이 되지 않는 엄격한 선불제다.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오늘 내가 치러야 할 작은 행동의 비용을 기쁜 마음으로 지불해 보길 바란다. 그 비용의 문턱을 조금만 낮춘다면, 몸은 반드시 그 이상의 가치를 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