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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대화

by 긴기다림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맞은편에서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걸어오고 있습니다. 남편이 무어라 말합니다. 아내가 이어 말합니다. “아니야, 여보, 그렇게 하면 안 돼” 남편은 “오래 생각해 봤어”라고 합니다. 아내는 “여보, 잘 봐봐, 내 말을 잘 들어봐” 그리고 그들 부부는 멀어졌습니다.


부부 사이에서 있을 법한 대화입니다.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남편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앞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상황인 듯합니다. 아내는 남편의 결정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내용을 모르니 누구의 판단이 맞는지 가늠해 볼 수 없습니다.


결정하기까지 여러 가지 생각해 봤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동의를 얻으려 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는 안된다 합니다. 어투는 부드럽지만 안된다는 의사는 단호합니다. 이렇게 되니 남편은 자신의 결정이 맞다는 근거를 이야기합니다. 아내는 단어와 문장만 바꿔서 안 되는 이유를 말합니다. 이제는 자존심이 걸린 상황이 됩니다. 아내도 굽히지 않고 안 되는 다른 이유를 말합니다.

다 들은 것은 아니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개입니다. 부부는 침묵의 논쟁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어렵습니다.


한쪽의 의견에 바로 반대하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가정의 평화를 훼손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 생각을 지지해 주는 것이 실보다 득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생각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마자 반대하면 당사자는 감정이 상하고 그때부터는 이야기 내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한 상대방에게 화살을 돌립니다. 의견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이 상하면 감정을 추스르기에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내용이 아니라 방법이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결정을 해도 사안이 크지 않으면 인정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심각하게 무리한 내용이거나, 가정의 평화를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이라도 바로 반대하지 않아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이야기를 꺼내야 합니다. “한 참 생각해 봤어. 당신 생각이 좋긴 한데, 나는 이렇게 될까, 걱정되네. 당신도 이 부분을 한 번 더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부부 사이에 대화를 통해 나누는 생각이 얼마나 크게 벗어나겠습니까? 크게 벗어나는 생각은 대화도 없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상대가 용서보다 허락을 구하는 것은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상대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지혜롭게 대응해야 합니다. 너무 가까워 자칫하면 가벼운 말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부부간의 존중은 ‘나의 판단이 당신의 판단보다 낫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상대의 이야기에 미소로 답할 수 있는 날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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