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한 번에 많은 것을 시도하면 지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시도하면 순간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에 몸과 마음에 저항이 생깁니다. 몸과 마음에 저항이 생기면 참아내는 힘이 많이 필요합니다. 견뎌야 하는 무게가 있기에 얻으려는 마음도 그것에 비례하여 커집니다. 단기간의 인풋이 많으면 저항이 세지고 저항을 이기기 위한 노력을 결과로 보상받으려 합니다.
100m 달리기는 모든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투여해서 짧은 시간에 결과를 얻어냅니다. 달리는 동안 호흡도 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주법을 찾아 손실을 최소화하고 10초 내외로 결과를 얻습니다. 100m 경주는 순간의 과도한 에너지 투입으로 인한 고통을 참아내야 합니다. 빠르게 경기가 끝나고 고통은 사라집니다. 마라톤은 이와는 다릅니다. 달리는 거리가 100m 경주의 약 421배입니다. 당연히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쓰면 완주가 불가능합니다. 마라톤과 100m는 경주의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인생은 100m가 아니라 마라톤 경주와 같습니다. 달리는 거리가 길기에 단번에 승부를 끝내려고 한 번에 엄청난 힘을 쓰면 몸은 힘들고 고통은 따르지만 완주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몸의 생명과 직결되는 기관으로 심장, 폐, 뇌가 있습니다. 생명과 관련 깊은 다른 기관도 있지만 논외로 하겠습니다. 심장은 온몸에 피를 돌게 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폐는 공기를 흡입하여 산소를 걸러내 호흡하게 합니다. 뇌는 몸이 작동하도록 명령하고 조절합니다. 심장, 폐, 뇌가 작동을 멈추면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생명에 직결되는 임무를 담당하는 심장, 폐, 뇌는 우리가 죽기 전까지 작동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한시라도 작동을 멈출 수 없기에 한 번에 크게 작동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통하여 온몸에 피를 공급합니다. 오래 쉬기 위해 한 번에 크게 수축과 이완을 하고 한 참 쉬고 다음 수축과 이완을 하지 않습니다. 잠시라도 피가 돌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를 계속해서 순환시키기 위해 심장은 쉬지 않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합니다. 계속 작동하면 기관에 무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축 시에는 일을 하고 이완 시에는 짧은 휴식을 취합니다. 일과 휴식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일이면서 휴식입니다. 일과 휴식이 하나로 작동한다는 것은 움직임에 과함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축도 이완도 과하지 않게 진행됩니다. 무리하지 않는 움직임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심장이 작동하는 비결입니다.
폐는 수축과 이완을 통하여 외부의 공기를 몸속으로 흡입하고 공기 중의 산소를 걸러내어 세포로 공급합니다. 폐가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한 번 호흡하고 몇 시간이 지난 후에 일을 한다면 세포는 괴사 합니다. 작동하는 모든 것은 쉼이 필요하기에 폐도 쉬어야 합니다. 폐도 심장과 마찬가지로 움직임에 휴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들숨과 날숨 모두에 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 속에 휴식을 담고 있습니다. 일과 쉼이 하나라는 것은 일에도 쉼에도 과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들어마실 때도 내실 때도 적당한 양의 쉼을 섞어 죽을 때까지 움직임이 계속되도록 합니다.
뇌는 깨어있는 동안 수많은 생각을 처리합니다. 각 기관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감독합니다. 깨어있는 동안 많은 일을 하기에 긴 휴식이 필요합니다. 잠자는 시간이 뇌가 쉴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뇌가 멈추는 시간은 아닙니다. 수면 시간은 뇌에 부담이 덜 되는 일을 하는 시간입니다. 일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지만 낮보다 강도가 낮은 일을 처리합니다. 강도 높은 활동을 상쇄하기 위해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잠자는 시간에 부담 적은 일을 배정합니다. 뇌도 잠을 통해 휴식을 취함으로써 활동력을 이어갑니다.
사람들은 큰 목표를 세운 후에 단기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좋은 결과를 기대합니다. 큰 목표는 단기간에 접근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적인 목표에 단기적인 실천으로 접근하려고 하니 몸과 마음은 힘들어집니다. 단기간의 집중적인 실천으로는 장기적인 목표와 거리를 줄이기 어렵습니다. 한 번의 힘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려면 단기적인 목표와 견줘야 합니다. 만보 걷기 한 달 실천하기, 한 달간 매일 1시간 글쓰기, 한 달간 1시간 독서하기 등 단기적인 목표와 연결해야 합니다.
단기간의 집중적인 실천으로는 장기적인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인생 목표라고 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새로운 인생길을 내고자 한다면 심장, 폐,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일과 쉼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일에도 쉼에도 무리함이 없어야 합니다. 무리하지 않아야 계속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야 미래가 불안하지 않고, 될지, 안될지가 고민스럽지 않습니다. 모든 실천은 결과가 따릅니다. 사람에 따라 결과를 따로 내지도 않습니다. 모든 실천은 멈추지 않으면 발자국을 남기고 발자국은 목적지까지 이르게 됩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유명한 웹툰이 있습니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위대한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남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바보로 살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준비합니다. 위대한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남들이 눈치챌 수 있는 무리하고 돌출된 행동은 피합니다. 위대한 과업은 은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은밀하게 하려면 과도한 행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듯, 아닌 듯 말입니다. 여기서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멈추지 않고 물 흐르듯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입니다. 100m 달리기 주법으로는 완주가 어렵습니다. 황영조나 이봉주처럼 경주 내내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주를 하면 됩니다. 우리 모두가 황영조, 이봉주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될 수도 없지만 말입니다). 3시간 안에 들어오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결승선까지 멈추지 않고 완주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코스를 달리는 것으로 소명을 다합니다. 그것으로도 경쟁력 있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 2시간을 달렸습니다. 거리가 아니라 시간을 채우는 달리기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2시간 동안 뛰며 편안한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하려 합니다. 10월 마라톤 대회까지 4시간 30분 정도는 달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밥만 주면 언제까지라도 뛸 수 있는 상태를 위해 조금씩 노력합니다.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은밀하게 말입니다. 이 과정이 내 인생의 위대한 목표와 만날 가능성을 가늠해 보지 않습니다. 그냥 놓아두어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내일은 1시간 30분 동안 달리기로 채우는 시간이 있는 날입니다. 낭창낭창하게, 편한 마음으로 매일을 채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