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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법

by 긴기다림

사람들은 블로그를 수익화시키는 방법에 관해 관심이 많습니다. 단기간에 블로그 이웃을 늘리는 것을 포함해서 다양한 수익화 방법의 이야기가 블로그에 차고 넘칩니다. 성공했던 자신의 경험을 유료로 제공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블로그는 글을 담아내는 공간임에도 글쓰기가 익어가는 시간을 참아내지 못하나 봅니다. 글이 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해서인지 정공법이 아닌 변칙과 편법으로 운영하려 합니다. 키워드를 공략하기도 하고 프르그램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꿀팁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제일 중요한 글쓰기의 힘을 기르는 방법은 인기가 많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품위 많이 드는 일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나 봅니다.


사람들은 빨리 무언가를 이루려 하기에 비법류의 방법을 좋아합니다. ‘한 달 안에 OO 달성하기’ 등 빠른 시간에 결과를 내고 싶어 합니다. 공부, 건강, 투자에서도 단시간에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찾습니다. 이런 수요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비법공개라는 타이틀로 자신의 이익과 연결을 시키려고 합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비틀어진 수요와 공급으로 인해 정공법을 가지고 목표에 도달하려는 사람의 숫자는 점점 줄어듭니다.


영어 공부도 새로운 방법이 나오면 몇 달 해보다 안 되면, 포기합니다. 한 참 지나 다른 방법에 혹하게 되고 또 몇 개월 공부하다 그만둡니다. 영어공부를 하는데 방법만 수도 없이 바꿔 보지만 영어실력은 제자리입니다.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영어공부가 익어가는 시간까지 견뎌내지를 못합니다. “영어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씀과 함께 ‘지금도 하루에 몇 시간씩 영어 공부를 한다’는 예전에 명성을 날린 통역사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영어공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모든 공부가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몇 달 만에 잘할 수 있는 공부가 있다면 그 공부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이유가 분명합니다. 많은 분들의 피와 땀이 담긴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적정한 입장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입장료가 너무 싸면 너도 나도 들어가게 되고 그런 곳에 얼마나 값진 것이 담길 수 있겠습니까? 정당한 입장료는 특정 영역의 공부에 입문하기 위한 당연한 비용입니다. 정당한 입장료는 노력과 인내의 시간입니다.

다이어트도 단기간에 효과를 보지 못하면 방법을 바꿉니다. 또는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면 원래의 식습관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몸 안의 세팅값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설정됩니다. 한 번 설정된 몸 안의 세팅값은 강한 힘을 가집니다. 몇 달 정도 식이요법을 한다고 세팅값이 완전히 바뀌지 않습니다. 잠시 체중 변화가 있어도 몸속 세팅값이 다시 세팅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몸속 세팅값까지 완전히 바뀌어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도 편법으로는 좋은 결과를 오래 유지할 수 없습니다. 낮은 수준에서의 변화만 있을 뿐 본래의 모습으로 빠르게 돌아갑니다.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변화는 서서히 그리고 오랜 기간 지속해야 합니다. 이 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빨리 돈을 벌려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가지고 투자에 뛰어듭니다. 어떤 주식이 좋다면 바로 매수하고 떨어지면 매도합니다.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적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하루에도 수 십 퍼센트 이상 등락하는 코인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러다 유망하다는 코인에 앞뒤 가리지 않고 매수합니다. 며칠 지나 하락하면 “앗 뜨거워” 하고 내던집니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려는 욕심에 온갖 편법에 올라탑니다. 공부와 실행을 반복하고 결과를 복귀하며 실력을 쌓아가는 시간을 참아내지 못합니다. 공부는 하기 싫고 투자로 돈은 벌고 싶어 출처가 불분명한 투자 정보에 현혹됩니다. 썩은 동아줄로 하늘로 오르려는 무모함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썩은 동아줄을 타고 오르다 결국은 떨어져 수수밭을 붉게 만든 호랑이 신세가 되고 맙니다. 투자에도 왕도가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단기간에 목적한 바를 달성하는 비법은 없습니다. 공부, 건강, 투자 어떤 영역에서든 원샷, 원킬의 똑떨어지는 비법은 없습니다. 없는 것을 찾으려 하니 목표는 이루지도 못하고 시도와 포기만 반복하게 됩니다.


어떤 영역에서든 인정받는 실력을 쌓으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3시간씩 10년이면 대략 1만 시간에 해당됩니다. 만 시간의 법칙에 관해 이견도 있지만 대략적으로 10년을 투자한 일에서는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룹니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대략 85세 정도입니다. 20대부터 시작한다 해도 7번 정도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대학과 직장에만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다음에는 어떠한 성취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직장에서 퇴임하는 50대 중반쯤 되면 연금과 기타 소득으로 말년을 그럭저럭 살려고 합니다. 55세라도 평균 30년을 더 살게 되는데 30년의 삶을 위한 성취 노력은 꿈꾸지 않습니다. 50세부터 10년간 퇴임 후의 인생 2막을 준비한다면 퇴임 후 활기와 보람이 넘치는 주체적인 삶이 펼쳐지는데도 말입니다. 60을 바라보는 지인분들도 지금까지 해 온 일로 여생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새로운 시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수십 년을 살아야 하는데도 과거의 동력에만 의존하는 모습에서 때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0년에 한 번씩 큰 목표를 세우고 정공법으로 장기적인 노력을 한다면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비법, 지름길에 현혹되지 말고 10년을 준비하여 얻는 사이클에 익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성취를 위한 10년 사이클의 하루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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