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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이면

by 긴기다림

돈은 상품(물건과 서비스)을 사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상품이 없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돈은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 유통시키는 수단입니다. 사람들의 생활에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품이 필요합니다. 상품이 이동하는 것이 본질 가치인데도 돈이 더 중요하게 보입니다. 돈은 사회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필요한 상품도 많아지고 많아진 상품을 만들어내며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상품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고 돈의 원활한 흐름을 위한 금융기관이 필요합니다. 금융기관은 정부와 협업을 통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의 큰 축을 맡게 됩니다. 규모가 커지면서 시스템 운영자, 시스템 원리를 파악한 자, 시스템 순응자, 시스템과 상관없이 사는 자가 생겨납니다. 시스템의 중심 운영자는 정치인과 금융기관 및 기업의 운영자입니다.


거대한 사회는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시스템 운영은 잉여 상품 및 잉여 화폐(돈)를 만들어 냅니다. 수급을 딱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잉여 상품과 잉여 화폐(돈)는 시스템에 많은 기여를 한 사람,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흘러갑니다. 이 사람들은 제도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상품과 돈을 소유하려 합니다. 모두가 사회 시스템을 다 이해할 수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사는 어떤 곳이든 잉여 가치에 대한 욕구는 존재하고 욕구에 부응하는 가치의 독점이 발생합니다. 소수이지만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의식주입니다. 의식주의 등급도 생명유지에 결정적인 사항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의식주에 등급이 매겨지는 것은 가치의 차등을 두어야 시스템 운영자의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시스템 운영자는 먹고, 자고, 입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더 좋은 곳에서 자고, 더 좋은 것을 먹고, 더 좋은 것을 입음으로써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지위, 권력의 욕구가 힘을 얻음으로써 이런 움직움이 가속화됐습니다.


의식주에만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생활용품의 종류를 확대하며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편한 것으로 생활용품의 범위를 넓혀 갑니다. 자동차, 컴퓨터, 전자제품 등 없어도 생존에는 관계없지만 한 번 사용하면 사용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생활용품을 끊임없이 생산합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자동차, 스마트폰, 냉장고, TV, 청소기, 세탁기 등이 생활에 꼭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없었던 상품입니다. 지금은 이런 상품이 없는 가정이 드뭅니다.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생산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차, 술, 담배, 장신구 등 개인의 취향에 맞춰 구입하는 상품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없으면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남들도 다 사용하니 나도 빠질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무수히 많은 카페, 술집 등만 보더라도 쉽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가 명품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상품의 용도 외에도 가격과 희소성이 소비를 자극합니다. 명품백, 명품시계, 명품의류, 명품차 등 같은 기능의 상품보다 몇 십배에서 몇 천배 비싸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팔리지 않는 명품백이나 의상은 세일로 파는 것이 아니라 폐기처분 합니다. 브랜드의 희소가치, 고급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상품의 종류도 많아지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교환되는 돈의 액수에 따라 소비가 달라집니다. 희소하고 고가품인 상품을 사는 사람들은 소수이기에 다수의 사람들과 차별성을 인정받습니다. 이 부류에 부자가 포함됩니다. 우리나라 10%에 속하는 부자는 가구당 순자산 10억 이상, 5%는 13억 이상, 1%는 30억 이상, 0.1%는 80억 정도입니다. 순자산 30억 이상인 1% 정도의 부자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생활(의식주+그 외 소비)을 합니다. 부자들만이 소비할 수 있는 상품들은 계속해서 생산됩니다. 고가품의 유혹과 금융시스템의 견제로 일반인들은 부자로 가는 징검돌을 사용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소비를 견제하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부자로 가는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물론 소득(근로소득, 재산소득, 사업소득)에 대한 이해와 실천은 당연합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돈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연금문제를 돈으로 이해합니다. 연금소득이 적어서 문제라고 합니다. 그럼 연기금 투자를 잘해서 연금을 소득대체율 100%만큼 돌려주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생산인구는 줄고 노령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필요한 생산품의 수급을 맞추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살 수 있는 물건이 한정되어 있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만큼의 상품을 생산해 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또는 소비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생활필수품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어야 합니다.


지금의 소비 스펙트럼에서는 상품과 돈의 강한 상관 고리를 끊을 수 없습니다. 영화관에 좌석이 100개가 있으면 100명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150명이 보고 싶다고 티켓을 150개 판매하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150명의 욕구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는 좌석을 50개 더 늘려야 합니다. 또는 영화의 수요를 다른 곳의 수요로 돌려야 합니다. 영화만 좋아하는 풍토에서 연극도 좋아하는 풍토를 만들면 가능합니다.


돈은 바지사장입니다. 돈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과 서비스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수단입니다. 이면의 것이 문제가 생기면 돈의 빗장을 풀고 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돈의 빗장을 풀지 않으면 해법은 보이지 않습니다. 소득과 지출에 대한 어떠한 문제도 돈으로 접근하면 한계에 부딪힙니다. 돈이 아니라 상품, 상품을 가지려는 욕구, 욕구를 통제하는 시스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차별적 지위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보이는 곳에서 답을 찾으려 합니다. 보이는 곳에 답이 없어도 답이 있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지 않으려 합니다. 밖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밖이 어둡다고 안에서 찾는 것과 같습니다. 밖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아무리 밖이 어둡다고 해도 안에서 찾아야 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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