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통화정책에 양적완화(QE)가 있습니다. QE(quantitative easing)는 연준이 국채 및 MBS(주택저당증권)를 사들여 시중에 돈이 풀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QE를 일반적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는 정도로 이해합니다. 시중에 돈이 풀리니 경기가 살아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돌지 않는 경기침체기에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QE(또는 QT)에 관한 연준의 사후 검증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습니다. QE는 시장의 채권을 사들이고 돈을 푸는 역할을 함으로써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의 자산 구성을 바꿉니다. 연준이 사들이는 국채 및 MBS는 안전한 자산 중에서도 상위 레벨에 속합니다. 시중에서는 국채 및 MBS를 팔아서 생긴 현금으로 무엇을 할까요? 다른 자산을 매입할 확률이 높습니다. 안전 레벨이 높은 자산을 팔고 다시 사는 자산은 덜 안전한 자산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시중자산의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시중에 돈이 풀려서 자산시장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포지션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2023년 3월 파산한 SVB(실리콘벨리 은행) 사태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실리콘벨리 은행은 벤처기업과 주로 거래를 하였습니다. 계속되는 연준의 긴축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분야가 벤처기업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예금유치가 급속히 줄게 됐습니다. 매도 가능한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데 대부분 보유한 자산이 안전하다는 미국채였습니다. 연준의 계속되는 금리인상으로 실리콘벨리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국채의 가치는 하락했습니다. 보유 자산가치의 하락은 예금인출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16위 은행인 실리콘벨리 은행은 44일 만에 파산하게 됩니다. 안전하다는 미국채가 고금리의 고공행진으로 자산가치 하락을 맞게 되었고 결국 뱅크런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안전한 자산에 속한 국채를 매수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을 것입니다. 안전한 자산이기에 대비하지 않았던 위험에 노출됨으로써 속수무책의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안전한 자산의 양면성을 볼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일론머스크는 테슬라, OpenAI, 스페이스 X 설립 등 평범한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화성 이주에 대한 생각도 평범한 생각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그가 해왔던 일들은 가히 기행에 가깝습니다. 그의 생각은 늘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불가능하다는 것들을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너 리스크를 꺼내 들며 그를 깎아내립니다. 대단한 업적을 쌓아나가고 있지만 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에 파묻혀 살았겠습니까? 그런 시간이 많았다는 것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부분은 일론머스크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회한의 눈물에서 성공한 기업가의 이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50, 60대 남자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산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먹고, 자고, 입는 것에 큰돈을 쓰지 않습니다. 산에서 나는 것과 길러서 음식을 해결합니다. 시골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옷들을 입고 있습니다. 나무, 흙, 돌로 집을 짓고 삽니다. 의식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가볍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입니다. 걱정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저녁을 먹고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가족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부분 가족과 이별해 있는 상태이거나 왕래가 있어도 그리 원만한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은 평화롭게 살고 있지만, 예전은 힘들고 고단한 삶이었다고 합니다. 만일 예전에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다면 산속 깊은 곳까지 들어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평온한 모습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가족과의 상처를 품고 있습니다. 지금의 행복은 과거의 불행했던 삶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아주 좋아 보인다면 아픔이 굽이굽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업분석을 기가 막히게 하는 애널리스트가 많습니다. 거시와 미시를 넘나들고 다양한 지표를 제시하며 시황과 주가전망을 합니다. 늘 그렇지만 애널리스트는 예측이 맞았을 때 빛이 납니다. 빗나간 예측은 빠르게 관심 밖으로 밀려납니다. 애널리스트의 분석에는 많은 것들이 동원됩니다. 거시적, 미시적 도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도구가 많다고 주식시장의 전망을 탁월하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야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그 도구를 가지고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주식의 지표를 가지고 하는 부동산 예측이 맞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신발 단추 시장을 장악한 사장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떠드는 격(워런버핏과 찰리 멍거가 평생을 두고 경계했다는 일화)입니다. 많은 지표를 사용하면 더 정확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나 많은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은 사용한 모든 지표의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애널리스트의 많은 도구가 신뢰성을 확보할 수도 있지만 많은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직 결정적인 지표를 발견하지 못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복잡하다고 정확한 것도 아니고 단순하다고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11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오컬트 장르물이 한계가 있기에 많은 관객 동원이 어렵다고 했는데 1000만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오컬트의 한계를 명확히 알았기에 대박 나는 관객수에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운 구석이 있었을 것입니다. 욕심을 끊어 냈기에 오컬트 장르로는 어려운 관객수를 모으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 잘하려 하면 힘이 들어가 쉽게 무너지고 맙니다. 힘을 빼고 해야 오래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음을 알지만 여전히 힘부터 들어가니 잘하기 위한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며칠 전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목소리가 밝았습니다. 내용은 몇 년 전 우량주라고 샀는데 계속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직도 가지고 있냐?”는 핀잔도 받았다고 합니다. 떨어지는 가격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합니다.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확인해 보니 이익이 났다고 너무 좋다고 합니다. 우량주를 사서 잊어버리고 무심히 자기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올라가는 것이 주식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통화였습니다. 지인이 그 주식을 계속해서 확인했다면 벌써 매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주식을 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지만 그런 식으로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사람은 스캘핑의 초고수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자주 보면 대응을 잘할 것 같지만 잘못된 대응일 확률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보이는 것이 뾰족하면 보이지 않는 곳에는 두루뭉술함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비범한 실력의 소유자에게는 실력을 쌓아 올리며 생긴 피폐함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높은 것은 낮은 시기의 경험을 가지는 것이 자명합니다.
지금 우리의 어떤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 부분을 보완하는 무언가가 꼭 있을 것입니다. 두 가지가 다 있는 것이라면 맘에 드는 것,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삶이 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