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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행동과 변화의 그릇

by 긴기다림

말을 많이 하면 실수가 많아집니다. 말은 일순간에 상대에게 전달되기에 좋은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매번 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각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기에 생각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생각과 말은 대상에 대한 나의 입장입니다. 피상적인 대상에서 구체적인 대상으로 접근하게 합니다. 감정, 의견, 이해, 행동에 관한 상태나 방향을 표시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생각과 말입니다.


생각과 말은 행동과 변화의 시작점입니다. 가만히 있는 것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입니다. 생각과 말은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은 떠오르는 상을 내 안에 두고 음미하는 것이고 말은 밖으로 꺼내 놓은 것입니다. 생각은 다른 행동으로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말은 생각과는 달리 내용에 따라 다른 사람을 해할 수 있습니다.


생각은 깊고 넓은 공간에 담깁니다. 오랜 시간 많은 내용을 담아도 차지 않습니다. 생각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넘어서 있기에 많은 것을 오랫동안 담을 수 있습니다. 생각이 거듭되면 담기는 내용의 깊이와 크기는 커집니다. 그러기에 생각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생각의 방향이 사랑과 이해라면 생각이 거듭될수록 많은 사람을 살리는 거대함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방향이 미움과 오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을 해하는 광기의 무기로 변할 것입니다.


말은 짧은 시간을 점하는 표현 수단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한정되기에 깊고 큰 것을 담을 수가 없습니다. 좋은 내용이 담긴 말이라도 깊이와 크기는 제약이 있습니다. 말로 인해 상대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습니다. 말에 나쁜 마음이 실려 있다면 말로 상대를 해할 수 있지만 말에 실린 내용만으로 상대를 크게 해하지는 않습니다. 말이 상대의 마음에 깊게 파고드는 경우는 말만이 아니라 적의적인 행동이 같이 할 때입니다. 말은 순간의 시간만을 점하기에 깊고 큰 것을 담는 것은 어렵습니다.


생각은 큰 그릇이고 말은 작은 그릇입니다. 큰 행동을 실으려면 생각에 담아야 합니다. 작은 행동에 만족한다면 말에 실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큰 행동과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면 생각이라는 그릇에 실어야 합니다. 열려있는 시간과 공간에 담아야 합니다. 아무리 담아도 빈자리는 줄지 않기에 큰 행동과 큰 변화를 담기에 적절한 공간은 생각입니다.


말은 큰 행동과 큰 변화를 담기에는 공간이 작아 조금만 담아도 넘칩니다. 쉽게 넘치기에 큰 행동과 큰 변화의 그릇이 되지 못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쌓이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쌓이지 않기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쌓여야 나오는 내공의 힘이 만들어지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우리의 행동과 변화가 큰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 아니라 생각에 담아야 합니다. 생각이 깊고 넓고, 말이 얕고 좁은 구조를 가지는 것도 이유지만 타인이 알게 되는지도 중요하기에 그렇습니다. 나의 행동과 변화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간섭과 저항이 생깁니다. 주변 사람들은 나의 행동과 변화에 자신의 생각과 말로 간섭하고 싶어 합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합니다. 나를 위한 조언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나의 행동과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50%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악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해에 취약한 것이 사람이기에 그렇습니다.


남의 이해를 구하여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입니다. 자신의 큰 행동과 변화를 중계하며 행동하는 것은 타인중심성과 충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내가 잘되는 것은 타인이 좋아하지 않는 영역에 포지셔닝할 확률이 높습니다.


좋은 행동과 변화를 크게 하려면 담는 그릇이 깊고 커야 하고 밖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큰 행동과 변화를 담는 그릇은 생각이어야 합니다. 큰 행동과 변화의 저항을 줄이려면 다른 사람이 모르게 해야 합니다. 큰 그릇, 최소한의 저항이 큰 생각과 변화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큰 행동과 변화는 공동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개인의 큰 행동과 변화가 쌓이면 공동체에 공동 이익으로 작용합니다. 이때까지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이 준동하게 하는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행동이 준동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적의를 갖지 않는 것입니다. 적의는 남을 해하려는 마음만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적의는 남보다 잘되려는 마음, 남보다 커 보이려는 마음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일상적인 적의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내가 너보다 낫다’는 생각은 ‘너는 나를 넘을 수 없다’는 생각과 통합니다. 인간 보편적인 적의 즉, ‘나는 너보다 낫다’는 생각, 이 주파수를 낮춰야 합니다.

‘나는 너보다 낫다’는 적의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을 나와 비교하지 않아야 합니다. 반대로 나를 남과 비교의 대상으로 놓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하는 행위와 남이 하는 행위를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아야 합니다. 나와 남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들을 모두 버려야 합니다.

어렸을 적 게임(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인지는 생각나지 않습니다)에서 나의 캐릭터가 어느 곳을 통과해야 하는데 적이 칼을 들고 막어섭니다. 나도 나의 칼로 맞서 싸우지만 계속해서 지고 맙니다. 어떤 방법으로 시도해도 막아서는 적을 뚫고 지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내가 뽑은 칼을 칼집에 다시 넣었습니다. 그러자 상대도 자신의 칼을 자신의 칼집에 꽂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캐릭터는 공격의 의사가 없는 상대를 지나쳐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막아선 상대는 나의 적의가 불러낸 또 다른 나였던 것입니다. 그 싸움은 처음부터 나로 인함이었던 것입니다. 적의를 없앤다는 것은 결국 나의 칼을 칼집에서 뽑지 않는 것일지 모릅니다. 아니 칼을 지니지 않는 것이 근원적으로 적의를 갖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큰 행동과 변화를 생각에 실어서 깊고 크게 키우고 적의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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