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배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학원, 책, 유튜브, 블로그 가리지 않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외우기를 반복했습니다. 읽은 모든 책에서 심지어는 인문고전에서도 투자와 연결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머릿속에는 언제나 이해되지 않는 경제상황으로 가득했습니다. 풀릴 때까지 생각하고 책과 영상을 찾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도 병행했고 배운 대로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투자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됐던 비법들을 금과옥조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비법을 적용할 때는 알고 있던 것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자산의 낙폭이 커질 때 자산을 사두어야 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욕심을 내라’는 워런버핏의 투자 명언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기 전까지만 유효합니다. 공포에 떨기 전까지만 강한 의지를 불러 일으킵니다. 모든 사람이 공포에 떠는 시기가 오면 사람들은 공포에 떠느라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나는 거기에 속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포로 팔과 다리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꿈쩍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 서게 됩니다. 애초부터 이말은 워런버핏 정도가 되는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 말을 감당할 수 있었기에 지금과 같이 투자의 구루가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2년 전부터 금리가 계속 오르면 상가의 요구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 상가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었습니다. 당시 괜찮은 상권의 상가들 가격이 상당히 올라간 상태였습니다. 상가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 조차도 매수를 하기에는 가격의 허들이 높았습니다.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높아진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가가 낮은 가격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와서 보면 그때의 예측들이 거의 맞았습니다. 많은 상가들이 경매 매물로 나오고 감정가에서 반토막 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2∼3년 전에 그렇게 바랐던 상가의 가격대가 형성됐지만 실제로 지금 상가를 매수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매수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매수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지만 상가의 가격이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 같은 생각에 매수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래저래 배운 것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아파트를 구입할 때 로얄동 로얄층을 구입하지 못해도 같은 아파트의 못난이라도 구입해 두면 나중에 로얄동 로얄층으로 갈아탈 수 있다고 합니다. 해당 아파트를 사지 않는 것보다는 못난이라도 사두면 같은 아파트의 로얄동 로얄층으로 옮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은 맞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됐습니다. 못난이를 팔고 해당 아파트 로얄동 로얄층으로 이동하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이유도 있지만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이 같은 아파트 로얄동 로얄층이 아니라 상급지의 다른 아파트를 향하기에 그렇습니다. 시작할 때의 생각은 실제 상황이 되면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머리로 이해한 것들이 실제로 투자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삐꺽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과 정보인 상태가 실행에 이르면 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측정과 예측이 불가능한 우리의 마음과 외부의 경제상황이 공존하기에 그렇습니다. 머리로 이해한 내용은실험실에서 얻은 결과와 같습니다. 딱 맞아 떨어지는 것만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실험실에서 배운 내용은 실험실 밖으로 나오면 통제 상황에서 벗어나기에 새로운 변수가 생깁니다. 변수로 인해 실행하는 결과값이 달라집니다.
몇억이 생기면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구체적인 모습을 갖춥니다. 아주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특정 자산에 투자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합니다. 몇억이 생기면 계획대로 할 수 있을까요? 이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억이 생긴다는 가정에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더 많이 염두해 두기에 현실의 세세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실제 상황을 거칠게 반영한 채 계획을 세웁니다. 실제로 몇억이 생기면 그때부터 실제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우리의 결정은 완전히 다른 선택지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 앞에서 복권을 사면서 1등에 당첨되면 천만원을 준다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실제 상황이 되면 천만원이 아니라 백만원에도 손이 떨립니다. 현실에 마주하면 치밀한 시나리오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 실천을 다짐하고 의지를 세웁니다. 다짐과 의지의 힘으로 일정 기간 실행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래 가지고 있던 본능이 깨어납니다. 편하고자 하는 본능입니다. 다리가 무거워지고 뜨거었던 가슴은 어느새 식어버립니다. 다짐과 의지는 실천을 만나기까지 큰 힘을 가집니다. 실제로 몸과 마음이 실천에 노출되면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생각한 다짐과 의지는 실제의 길로 접어들면 다른 상황에 놓입니다. 진정한 진검승부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다짐과 의지는 실천을 겪어내야 본래의 뜻을 관철하게 됩니다. 다짐과 의지는 실천과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진정한 배움은 경험이 따르지 않으면 용을 완벽하게 그리고 눈동자를 찍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공부는 이론으로 멈춰서는 힘이 되지 않습니다. 공부의 완성은 실천을 겪어내는 과정에 있습니다. 배움은 머리와 마음과 발이 지나야 비로소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겠습니다.
오늘도 배움이 익어가는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