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돈, 상품

by 긴기다림

헬리콥터머니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이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이 고안한 말입니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의 저금리 상태일 때는 경기 침체가 발생해도 금융정책 수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양적완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경우에 동원 가능한 방법이 헬리콥터머니입니다. 헬리콥터로 돈을 거리에 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금리로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도 거리에 돈을 뿌리면 사람들은 돈을 주워 소비를 하든 저축을 하든 사용합니다. 이 방법과 병행하여 장기국채를 매입합니다. 장기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을 견제하게 됨으로써 시중의 돈이 주는 것(저축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을 막습니다. 이로써 시중에 많은 돈이 유통됩니다. 시중에 풀린 많은 돈이 소비를 진작시키고 생산을 가동시킵니다. 생산이 많아지면 회사가 살아나고 실업이 줄어들고 경기는 활성화됩니다. 돈은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수단이고 금융기관은 돈을 풀거나 거두어 경기의 흐름이 막히는 것을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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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은 경제의 수레바퀴가 잘 돌아가도록 돈의 양을 조절합니다. 돈이 너무 적거나 많아서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차질이 생기면 돈의 양을 줄이거나 늘려 생산과 유통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돈은 상품을 생산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상품의 종류는 엄청나게 늘었고 지금도 새로운 상품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사람은 다른 생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물건을 사용합니다. 물건과 서비스를 더 좋게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생각을 쌓을 수 있기에 가능합니다. 뇌의 발달은 인간에게 생각이 쌓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생각의 힘으로 상품이 종류는 늘어나고 상품의 질은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백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상품을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해졌습니다. 10시간에 만들 수 있는 상품이 1분이면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뇌의 발전이 상품의 끊임없는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모든 상품은 생각으로부터 나오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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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득(근로소득, 재산소득, 사업소득)은 상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근로소득으로 필요한 상품을 삽니다. 재산소득으로 필요한 상품을 삽니다. 재산소득을 늘리기 위해 또 다른 자산을 구입합니다. 사업소득으로 필요한 상품을 구입합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확대합니다. 모든 소득은 상품과 연결되어 있고 상품은 욕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스마트폰을 사고자 하는 욕구는 없었을 것입니다. KTX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더 빠른 열차에 대한 욕구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파트가 없었다면 아파트에 대한 욕구는 없었을 것입니다. 사회는 상품을 통하여 다양한 욕구를 자극합니다. 욕구는 확대생산됩니다. 상품과 욕구, 욕구와 상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를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상품에 대한 욕구의 근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는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입니다. 먹는 것, 자는 것, 번식이 가장 강한 욕구입니다. 이것과 관계된 것의 상품들은 진화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집니다. 본능에 기반을 둔 욕구이기에 약간의 부채질로도 큰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기본 욕구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기에 이것과 관련된 시장에는 늘 사람들이 붐빌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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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에 대한 욕구만으로는 상품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상품이 많아지면 돈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납니다. 의식주 상품에 담을 수 있는 돈의 양으로는 사람의 욕심을 채우기 어려운가 봅니다. 만일 세상에 의식주에 관련된 상품만 있다면 생존이 불가능할까요? 동물들의 삶을 잠시만 들여다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생존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상품까지 만들려 할까요? 전자제품, 탈 것, 볼 것 등 생명과는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것들에 ‘편리’라는 가치를 부여하면서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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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은 ‘편리’를 추구하기에 만들어질까요? 초가집보다 아파트가 편리할까요?, 맷돌보다 믹서기가 편리할까요? 부채보다 선풍기가 편리할까요? 당연히 편리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편리라는 개념에는 사람의 적은 움직움으로 필요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적게 하는 것이 편리할 지는 모르지만 움직임이 적다는 것이 사람에게 이로운 것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믹서기, 선풍기, 아파트가 만들어진 후에야 맷돌, 부채, 초가집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맷돌, 부채, 초가집만 있다면 이런 것들이 불편하다고 생각할까요? 어렸을 적 흑백 TV를 보면서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TV는 다 흑백이었습니다. 흑백이었기에 시청하는 데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30분 넘게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했으니까 말입니다. 당연할 때는 불편하지 않았는데 당연하지 않을 때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불편함은 다분히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편리함의 이면에는 상대적 우월감이 숨겨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계급의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구입 품목으로 차이를 만듭니다. 명품백, 명품의류, 명품카, 고급 팬션 아파트 등 종목도 다양합니다. 상품은 욕구를 자극하고 욕구에는 편리성과 상대적 우월감이 뒤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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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상품을 통하여 욕구를 부추기고 욕구는 또 다른 상품을 만들게 합니다. 상품이 다양해질수록 상품을 유통시킬 수 있는 돈의 양이 많아집니다. 돈의 양이 많아진다는 것은 누군가는 돈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품으로 가지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돈으로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 상품은 언제든지 살 수 있게 합니다. 남들이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상품을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로 상대적 우월감을 확보합니다.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많은 인구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기술력의 발전이 따라야 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소비는 큰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생존을 위한 상품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욕구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는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생산력으로 극복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돈은 상대적 우월감에도 작용하지만 필수품의 생산력에도 작용합니다. 돈은 생존 필수품을 포함한 모든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격차를 줄이기도 합니다. 돈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적절치 않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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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균형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각을 보태는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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