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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다림 Jun 24. 2024

전세가 상승기 이야기

  다림과 구름은 40대 중반 부부입니다. 자녀는 딸 하나, 아들 하나입니다. 부부는 34평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특별한 신념이나 이유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집을 사려면 빚을 내야 하는데 빚이 부담스러워 집 사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부부는 4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기고 나서 들어온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당시 집주인들은 4년 정도 전세금이 묶일 것을 예상해 전셋값을 많이 올리는 분위기였습니다. 부담스러웠지만 집주인이 요구하는 금액으로 전세를 계약했습니다. 전세를 계약한 지 2년이 지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다시 전세 만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10월이면 전세 만기가 돌아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가는 상승하고 있었지만 크게 걱정은 안 됐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분이 올 하반기에는 많은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 전셋값이 올라도 일시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신문과 유튜브를 보니 서울 전세지수가 57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매매 지수도 13주 연속 상승 중이라고 합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아파트 가격이 폭락할 거라는 분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분들의 말만 믿고 집 살 생각도 안 하고 전세 재계약도 걱정하지 않았는데 지난달부터는 걱정이 됐습니다.      



  다림과 구름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합니다. “여보 10월 전세 만긴데, 어떻게 하지?” 아내 구름이 남편 다림에게 묻습니다. “기사를 보니 전세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집주인한테 말해서 전세를 연장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남편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지금 우리 아파트 전세가격이 몇 달 만에 7, 8천 올라서 연장하려면 적어도 몇천은 있어야 할 텐데” 아내는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내일 근처 부동산 좀 들려봐야겠어. 어느 정도 시세인지, 분위기는 어떤지 물어보자고” 아내는 남편의 말에 고개만 끄덕입니다.      



  부부는 걱정으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합니다. 남편은 설거지 그릇을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립니다. 부부는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전셋값 관련한 기사를 찾아봅니다. 화면을 밀어 올리면서 빠르게 기사를 훑어갑니다. 다림과 구름의 얼굴은 이내 어두워집니다. “아 이거 쉽지 않겠어, 여보” 구름은 한숨을 내시며 말합니다. “심각하네, 2013년 전셋값 폭등 때와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아” 다림과 구름은 2013년에도 전세를 구하느라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부동산만 수십 군데 돌아다녔지만 전세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였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채무가 남아있는 전세를 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당시의 힘들었던 기억이 다시 스멀스멀 부부의 마음에 피어올랐습니다. “걱정은 그만하고, 내일 근처 부동산에나 들려보자고” 남편은 아내를 다독이며 말합니다.      



  다음날 다림과 구름은 퇴근길에 만나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을 향합니다. 둘은 성실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소장님은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앉으세요, 차 한잔 하시죠. 무슨 차로 드릴까요?” 다림과 구름은 커피와 녹차를 주문하고 테이블 앞에 앉았습니다. “저희는 이 아파트 전세로 사는 데 전세 만기가 10월이라 전세 분위기가 어떤지 알아보려고 들렀어요” 구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고, 난리도 아니에요, 몇 달 전만 해도 전세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전세도 씨가 말랐고 찾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어요.” “우리 아파트가 1000세대가 넘잖아요. 그런데 34평 전세가 3개밖에 없어요. 어제는 전셋집을 세 부부가 동시에 보러 가기도 했어요. 아유, 이게 뭔 난린 줄 모르겠어요” 소장님은 약간은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 아파트에 사시면 그냥 주인집이랑 잘 상의해서 연장해 달라고 하세요. 지금은 그게 제일 싸게 먹힐 거예요.” 소장님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씀하십니다. 주변 아파트 전세 분위기도 듣고, 매매는 어떤지도 듣고 나서 다림과 구름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왔습니다.     


  저녁밥을 대충 챙겨 먹고 TV 앞에 앉았습니다. 재미있는 장면에도 부부는 웃지 않았습니다. 시선은 TV를 향해 있지만 부부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뭘 잘못한 걸까?” 아내가 긴 침묵을 깨고 말합니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닌 데 뭐” “처음이 아니라서 더 화가 나” 아내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왜, 매번 이런 식인지 모르겠어. 회사일 열심히 하고, 세금 내고, 아이들 키우고, 열심히 사는데 이런 일이 매번 우리에게 일어나는지 모르겠어. 정부를 탓해도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도 알아. 그래서 더 답답해” 아내는 무기력한 표정을 보였습니다. “화가 나지만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할 수 있나.”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습니다. “내일 주인집에 전화해서 전세 재계약에 대해 말해보고 그게 안되면 다른 곳을 찾아봐야지” 다림과 구름은 더 이상 말이 없었습니다. 부부는 힘없이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누웠습니다. 그렇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보냈습니다.      



  다림은 직장에서 짬을 내 집주인에게 전화를 합니다. “여보세요. 주인집 되시죠? 저는 전세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10월 전세만긴데 혹시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다림이 물었습니다.  “전세를 다시 내놓으려고요” 집주인이 짧게 말합니다. “아, 그럼 저희가 2년 더 연장해서 살고 싶은데 어떠신가요?” “그거야 상관없지만 지금 전세 시세가 4억 8천인데 그렇게 맞혀 주시면 저희는 더 좋죠” 집주인이 밝게 말합니다. “네, 4억 8천이요? 지금 4억에 살고 있는데 8천을 더 올려 달라는 말씀이신가요?, 한꺼번에 8천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4억 4천 정도는 안 될까요?” “어, 지금 전세 시세를 잘 모르시나 봐요? 부동산에 알아보면 4억 8천도 비싼 게 아니라는 걸 아실 텐데요.” 냉랭한 투로 집주인이 말합니다. 다림은 몇 번의 사정 이야기를 하다 통화를 끝냅니다.

     

  다림은 맥없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어떻게 됐어?” 구름은 남편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4억 8천이 아니면 어렵다고 하네” “4억 8천이라고, 말도 안 돼. 한 번에 20%를 올려 달라는 게 말이 돼? 너무 욕심이 많은 거 아닌가?” 아내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며칠 전 우리 아파트와 똑같은 평수가 4억 8천에 전세계약이 됐나 봐” 다림은 말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살던 사람인데 사정을 좀 봐가면서 올려야지 한 번에 8천을 올려 달라고 하면 어디서 8천을 구해?” 부부는  집주인이 야속했습니다. 다림과 구름은 전세를 어떻게 해결할지 한참을 고민하고 이야기했지만 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둘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베란다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을 초점 없는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 있을 법한 상황을 가상으로 써 봤습니다. 서울 전세가 상승이 57주 이어지고 있고떨어질 거라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올라가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말이면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이 4년을 맞이합니다전세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 집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거가 안정돼야 다른 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정부나부동산 전문가의 입만 본다고 뾰족한 해법이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아파트의 전월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오르고 내린다면 스스로 공부를 해서 대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는 주식과 달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흐름과 원인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관련 책 5권 정도만 정독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국가통계포탈 및 KB부동산만 찾아봐도 아파트 가격의 흐름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의식주는 필수입니다. 특히 주택은 많은 돈이 필요한 재화입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주택의 속성과 가격변화에 대한 이해가 바로 서지 않으면 매번 힘든 시기를 겪게 됩니다. 자산투자까지는 아닐지라도 주거 안정의 개념으로 주택시장의 동향은 꼭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풍랑에 흔들려 배가 뒤집히지 않도록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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