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숭숭 가족1

우리집 개그 첫번째

by 쉼이되고싶은 나무

사람마다 구멍이 있겠지? 완벽한 사람은 매력이 없지 않을까? 난 완벽하지 않아 어떤지 모르지만, 구멍이 있어야 그 구멍덕에 웃기도 하고 그런거 아닐까?

우리 네 식구도 당연히 각자의 구멍있다. 크기와 형태는 다양하다. 그 구멍들 덕분에 가끔 웃는다.

웃으면 복이 온다나!!!


1. 알몸으로 태어나서

우리 식구가 나들이 나갔을 때의 일이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지쳐 쉬기로 했다. 배도 고프고 밥시간도 되었기에 식당에 들어갔다.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허겁지겁 먹었고, 후식으로 커피랑 핫초코를 자판기에서 4잔 가져왔다. 아들이 욕심을 부렸다. 핫초코 한잔 더 마시겠다고.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아들아, 너무 욕심부리지 마. 먹을 만큼만 먹어."

딱 거기까지가 좋았다. 갑자기 난 무슨 생각으로 말을 더했나 몰라.

"사람은 알몸으로 왔다가 알몸으로 가는 법이지. 욕심부릴 필요 없고, 내 것이 아닌 것에 탐할 필요도 없는 법이지."

어…. 말해놓고 나니 좀 이상했다. 뭐지?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 못 찾고 있었다.

딸이랑 신랑이 갑자기 마시던 커피와 핫초코를 내뿜을 듯 훅하고 웃었다.

겨우 삼켰다나?

"엄마, 알몸 아니고 빈손 아냐?"

딸은 킥킥거리며 말했다.

신랑은 옆에서 웃느라 정신없었다.

아!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어떻게 빈손이랑 알몸이 헷갈리지?

세 명은 이 일로 두고두고 잊을 만하면 놀린다.

아…. 내 인생에 오점을 남기다니!!!



2. 아들 머리 충전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쯤 일이다. 교통카드를 가지고 다녔었다.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지만, 혹시나 하고 가지고는 다녔다.

한번은 갑자기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동생 머리에 갖다 대는 거다. 마치 버스를 탔을 때 카드기에 카드를 찍는 것처럼. 그러면서 씩 웃는다.

"70만 원이 충전되었습니다."

잉? 이건 무슨 상황인가? 충전하는 건 어떻게 알았고 70만 원인 이유는?

둘짼 그 상황을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손뼉 치며 웃었다.

"딸, 방금 그거 뭐야?"

"이거 충전한 건데. 엄마 카드도 줘봐. 내가 충전해줄게."

너무 당당한 딸이었다. 지갑에서 카드 하나 꺼내줬다. 조금 전과 같은 행동을 하더니

"60만 원 충전되었습니다."라고 한다.

"난 왜 60만 원이야?"

"내 것만 70만 원이야. 다른 사람은 그렇게 안 해줘. 엄마니까 많이 해준 거야."

이야~. 의외로 계산적인걸. 똑똑해. 그래야지. 남들과는 다르게!

"그런데, 왜 70만 원이야?"

"70만 원이면 엄청 많은 거니까."

뭐…. 그렇지…. 엄청…. 많지.

한편으론 혹 내 딸이 아는 최고의 숫자가 70인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살짝~

한동안 둘째 머리에 카드를 대며 충전시키는 행동을 했다. 그것도 불시에. 그 덕에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날은 아들이 먼저 말한다.

"누나, 오늘은 충전 안 해?"

아들은 자기 머리가 충전기인 줄 아나?

얼마 전 딸한테 예전 일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기억한다며 자기도 웃긴 지 막 웃어댔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다.

"아~. 왜 70만 원을 했을까? 700만 원도 아니고. 아니지 700억이라고 해야 했는데. 어차피 충전 안 되는 거 기분이라도 충전되게 700억 할걸."

또 한 번 우린 웃었다.

자동 충전되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지?



4. 사람스럽지

가끔 사람은 자기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도 그럴 때가 있다.

아들은 나보다 더 심했다. 어렸을 때라 더 그랬던가? 아니면 원래 그런가?

요즘은 조금 덜 한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됐건 어렸을 때, 아마 초등 저학년 때지 싶다.

어릴 때부터 애교가 많은 아들이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눈엔 이뻐 보였다.

“우리 아들, 언제나 사랑스럽다니까.”

이 말을 듣더니 갑자기 아들이 버럭했다.

“엄마, 그럼 내가 사람이지 사람 아냐?”

“잉? 뭔 소리여? 당연히 아들은 사람이지. 갑자기 무슨 말이래?”

나도 당황했다.

아들은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말했다.

“방금 엄마가 아들 사람스럽네라고 했잖아.”

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박장대소했다. 아들은 왜 웃냐고 심통을 부렸다.

“아들아, 엄마가 언제 사람스럽다고 했니? 사랑스럽다고 했지. 사람 아니고 사랑스럽다고!”

“아~. 사랑스럽다고~.”

그제야 아들도 씩 웃는다.

나 원. 빈손을 알몸이라고 말하는 나랑 사랑을 사람으로 알아들은 아들이랑 뭐 똑같다. 지금도 가끔 듣고 싶은 대로 듣는 아들이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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