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숭숭 가족2

우리집 개그 두번째

by 쉼이되고싶은 나무

1. 엄마가 해준 음식 중에

난 음식을 잘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관심이 없는 걸지도….

당연히 먹는 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한다. 없어서 못 먹는다고 해야 하나?

같은 재료 다른 맛! 같은 조리법 다른 맛! 바로 나다!

정성을 들여도 식구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충해도 시큰둥. 어쩌라고?

되도록 내가 만들긴 하지만, 가끔 반찬을 사 올 때도 있다. 종류에 따라 차라리 완성된 반찬을 사 먹는 게 가성비가 좋을 때가 있다. 요리한 거 안 먹어서 버릴 땐 속 상하다. 내가 다 먹자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한 음식 솔직히 점점점이긴 하다. 다행인 건 먹을 순 있다는거.

어찌 됐건, 아들이 어릴 때 아마 7살쯤이었나?

가끔 스팸을 굽거나, 햄을 해줄 때가 있다. 채소랑 섞어서.

정성들여 만든 수제 반찬이랑 같이 밥 준비를 했을 때다.

아들이 딸보다 애교가 많다. 지금도 변함없다. 딸은 크면서 점점 남자가 되어가는 것 같은….

아들이 스팸을 한 입 베어먹더니 아주 밝은 표정으로 목소리 톤까지 높여 말했다.

“엄마가 해주는 게 맛있어. 최고야! 여기 음식 중에 엄마가 직접 해준 스팸이 최고야!”

아주 해맑은 미소까지 지으면서.

“아들아, 다른 반찬은 엄마가 직접 다했는데, 네가 먹은 스팸은 굽기만 한 건데?”

아들은 나의 말에 침묵했다.

아들 외 우린 한바탕 웃었다.

그래 뭐, 내가 굽긴 했으니 내가 한 거나 다름없지 뭐.

그 뒤로 한동안 아들은 맛있다고 하기 전에 엄마가 직접 다했냐 물어보기 바빴다.

귀여운 녀석.

어린 맘에 엄마를 배려하다니!

사실 내가 봐도 스팸이 젤 맛있긴 했지!


2. 아빠 엉덩이 섹시한데

가끔 신랑과 아들은 쿵 짝 잘 맞다.

엉덩이를 쓰윽~ 손으로 스치면서 “섹시한데~.” 라고 장난을 잘 치던 시기가 있었다.

스케이트장을 갔을 때다.

처음엔 같이 출발해도 달리다 보면 거리 차이가 난다.

신랑은 아들 걱정에 붙어서 다녔다. 장난도 함께.

아들이 자기 앞에 달리던 사람의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장난 섞인 표정과 말투로 말했다.

“아빠 엉덩이 섹시한데~.”

신랑도 청바지를 입었기에 당연히 아빠인 줄 알았던 거지.

남자분이 뒤돌아본 순간 아들이 얼었다.

아빠가 아니었던 거다. 옷차림이 비슷했고, 체격도 비슷하긴 했다.

남자분이 아들과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줬다.

당황하셨겠지만, 애교로 봐주신 거지.

아들은 바로 “죄송합니다.”

아빤 줄 알았던 진짜 아빠는 뒤에 있었던 거다.

우리 세 명은 박장대소를 했다. 스케이트장이 울릴 정도로.

다행인 건 아들이 어렸을 때라 그 남자분도 귀엽게 봐주신 거 아닐까?

지금도 가끔 아들을 놀릴 때 사용한다.

“섹쉬한데~”라는 말을.



3.나는 탈수증상이 날 수 없다

딸은 점점 커갈수록 애교도 멀어지고, 침대 밖은 위험하단다. 귀차니즘으로 인한 건지 사실 게을러지는 거겠지. 밖에도 잘 안 나간다.

우리 둘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을 때였다.

“엄마, 저기 글 봐봐.”

병실 벽에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병원 안전을 위해 어쩌고, 탈수증상이 없도록 물도 어쩌고 하는 여러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한참을 보던 딸이 그런다.

“근데 난 탈수증상이 날 수가 없는데. 계속 누워만 있”

아! 그렇다.

이것이 내 딸의 실체다. 내 딸이 아니었다면 나도 속으로 ‘뭐 저런 게으른 애가 다 있데.’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내 딸이니 그래! 하고 넘어갈 뿐이지.

어디 이뿐인가!

약국에 갔을 땐 그런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자꾸 드러눕고 싶으신가요? 난데! 엄마, 나 저거 먹어야겠는데.”

간 건강식품 홍보 문구를 읽으면서 자기 이야기란다.

약국에 있던 사람들이 킥킥거렸다. 난 빵 터졌고. 약사님도 씩~ 웃으셨다.

행동이 크거나 그러지 않은 딸이지만, 이런 식으로 굵고 강하게 한방으로 웃긴다.

역시 내 딸이다.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말인데 어찌나 사람을 빵 터지게 만드는지. 그 덕에 한 번 더 웃는다.


4. 추운 날 호~ 해봐.

아들이랑 밖에 있을 때였다. 입을 벌리면 입김이 나왔다. 옷으로 가리지 못한 피부들은 금세 얼 것처럼 차가운 날씨였다.

아들과 난 각자의 두 손을 비비고 춥다를 외치면서 발을 둥둥 구르고 있었다.

“엄마, 춥지?”

“어. 대답하는데도 춥네.”

“엄마, 호~ 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뭘 어떻게 돼? 추운데 호하면 입김 나오지.”

“아니! 호~ 하면 입에서 냄새난다. 하하하.”

아…, 내 아들. 나니까 널 살려두는 거다!

작가의 이전글구멍숭숭 가족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