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X밥솥 찜에 눈뜨다.

찜하다가 식겁했다.

결혼 후 쭉 쿠X밥솥만 사용했다. 고장 나서 새로 구매한 것도 쿠X밥솥이다.

무슨 제품들이 매년 디자인이며 기능이 추가되면서 가격도 올라간다. 밥솥뿐만이 아니다.

기업으로선 당연한 거겠지.

요즘 물가를 보면 우리 애들이 성인이 되면 월급이 일억이고, 과자 하나가 천만 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두 번째 밥솥을 구매하면서도 가격이 올랐고, 기능도 늘어났다.

밥솥에 밥만 하던지라 지금까지 내겐 기능이 별 의미가 없었다. 처음 사용한 밥솥을 그냥 별 의미 없이 쭉 사용하게 된 거다.

최근 갑자기 김치 닭찜이 먹고 싶어졌다. 요즘 배달시키면 우리 네 식구 한 끼에 5~6만 원 금방이다.

사실 먹는 걸 좋아하는 우리 입장에서 배달 음식은 가격 대비 양이 작다. 다들 소식하는 건가?

또한 닭찜을 배달시켜 먹는 건 아깝기도 하다.

그러다가 밥솥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검색했다. 쿠X밥솥으로 김치 닭찜 하기.

오~. 의외로 간단했다. 재료 넣고 내 맘에 드는 양념 넣고 만능찜 누르면 끝. 40분 설정이 기본이고, 실제로 해보니 딱 맞았다. 닭살도 잘 떨어지고 김치가 예술이었다.

닭 두 마리에 김치 4분의 1포기. 만능찜으로 40분.

불 앞에 왔다 갔다 안해도 되고 신세계였다.

쿠X밥솥의 친절한 안내 음성에 음식 진행 상황도 알 수 있고 좋았다. 이런 기능에 지금껏 관심이 없었다니!

음식이 완성되어 맛을 봤다.

김치부터 맛봤다. 부드러운 식감과 알맞게 익었다. 입에서 살살 녹았다.

닭은 또 어떻고? 김치와 양념들이 스며들어 간도 딱 맞았다. 같은 재료 다른 맛의 솜씨인 내가 해도 실패할 수가 없는 맛이었다.

식구들이 맛있다고 감탄하며 먹었다.

배달해서 먹는 닭찜보다 맛있다며 닭 두 마리와 김치를 한 끼에 해치웠다.

뿌듯했다.

밥솥 씻는데 손이 가긴 했다. 김이 나오는 곳을 꼼꼼히 면봉으로도 닦아내고 틈 사이 닦는데 손이 많이 갔다. 닭찜 후 밥을 할 때 두어 번 정도 물받이에 붉은 양념 국물이 흘러내렸다. 어떤 사람은 밥하면 냄새가 났다고 하는데 그러진 않았다.

한번 성공하니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재료 준비만 하면 되니 편하기도 하고 가성비도 좋았다. 배달시켜 먹을 비용으로 두세 번 집에서 직접 하면 되니까.

삼계탕도 했다. 삼겹살 수육도 했다.

몇 번 하다 보니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고구마도 쪄먹고, 감자도 쪄먹었다. 옥수수도 해봤다.

식구들도 다 잘 먹는다.

쿠X밥솥의 기능을 사용하다 보니 가격이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밥솥 하나가 여러 냄비와 찜기의 역할도 해주니까.

다행인 건 요리 후 밥을 해도 냄새가 안 난다는 거.

아들 생일날의 일이다.

아들의 생일은 항상 방학과 겹쳤다. 학교생활을 힘들어해서 초대하고 싶은 아이도 없어 하긴 했다. 가족들만 생일을 했었다.

작년부터 친해진 아이들이 있다. 중학생이 되어 학교는 달라도 서로 연락하고 잘 지낸다. 성향도 아들이랑 비슷하다.

이번 생일은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준비하는 음식 중 김치 닭찜도 할 생각이었다.

남자애들 5명이다 보니 넉넉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 큰 거로 두 마리와 김치도 넉넉하게 넣었다. 밥솥이 꽉 찼다. 좀 많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뚜껑이 닫히길래 괜찮겠지 하곤 만능찜을 눌렀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닭찜이 완성되길 기다렸다. 애들의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있었다.

드디어 완성됐다는 반가운 음성이 들렸다.

엌. 엌. 뭐지?

뚜껑이 안 열린다. 김을 빼도 뚜껑이 안 열린다. 너무 많았나? 설마 고장은 아니겠지?

또다시 폰으로 폭풍 검색을 했다.

음식을 많이 넣었는데 뚜껑이 안 열린다고 검색했다.

다행인 건 나 같은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란 거다. 그나마 희망적인걸!

놀라운 건 나랑 같은 사람은 없었다. 다들 밥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안 열려서 음식 있는 채로 센터 갔다는 사람도 있었다. 부품을 교체했다는 말도 있고 글들이 다양했다.

이를 어쩌지? 이대로 서비스센터 가져가면 부끄러운데. 밥이 아닌 닭이랑 김치가 가득 들어있는데 뚜껑 열다가 김칫국물이라도 튀면 어쩌지? 뚜껑이 안 열리면 어쩌지? 사용 못 한다고 새로 구매하는 게 좋다고 하면 어쩌지?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쭉 검색하다가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한참을 놔뒀다가 뚜껑 가운데를 살짝 누르면서 열어보니 자기는 열렸다는 거다. 한참이면 얼마나? 오늘 애들 맛 못 보는 건가?

“얘들아, 미안하다. 지금 김치 닭찜 못 먹겠다. 너무 많이 해서 뚜껑이 안 열린다. 언제 열릴지 모르겠다.”

결국, 배달도 시키고 있는 음식으로 밥을 먹었다.

아들들은 괜찮다며 음식을 맛있게 먹어줬다.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케이크도 나눠 먹었다. 친구들의 선물을 받은 아들은 감동의 물결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럴 만도 하지. 가족들의 축하와 친구들의 축하는 다르니까.

아들은 어떤 기분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행복해 보였다. 축하해주는 아들들도 고마웠다.

한바탕 정리하고, 두어 시간 지났다.

기대와 걱정의 맘으로 밥솥을 열었다. 이번에도 안 열리면 서비스센터에 가야 할 것 같았다. 부끄럽지만 안 열리면 가야 했다. 다음날이 주말이었기에. 밥은 먹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 생각들이 한꺼번에 겹쳤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했다. 하나, 둘, 셋!

스르륵! 열렸다. 야호!

뚜껑을 여니 음식들이 가득했다. 이러니 안 열리지. 뚜껑에 김치가 딱 붙어있다.

“너 식겁했지?”

하며 씩 웃는 것 같은 이 기분.

열려서 다행이다. 밥솥을 안아줬다. 딸이 밥솥 안을 보더니 빵 터져서 웃는다.

서비스센터를 안 가도 된다는 안심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구석구석 닦아내도 며칠 동안 물받이엔 붉은 양념이 흘러나왔다는 거!

밥솥과 밥에 냄새 안 나서 괜찮다는 거!

그날 저녁 김치 닭찜을 식구들 모여 배불리 먹었다는 거!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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