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구글

아니, 이럴수가!

by 쉼이되고싶은 나무

딸을 픽업 가던 중의 일이다.

인터넷으로 찾을게 생겼다. 까먹기 전에 찾아야 했다. 뭔가 중요한 거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날따라 귀신에 씐 듯 꼭 음성으로 구글을 찾아서 구글에 시키고 싶었다. 구글 사용은 거의 하지 않는다. 부르면 못 알아듣거나 이상하게 들을 때가 있었다. 몇 번이나 말하다 보면 답답해서 “됐어!”하고 끊어버릴 때가 있다. 어쩌다 한 번에 부르는 게 성공했다 싶으면

“못 알아들었습니다.” 라거나 나름 유머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난 그게 별로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날도 픽업 가는 길에 꼭 안 찾아도 될 수도 있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괜스레 음성으로 불러보고 싶었다.

"헬로우, 구글~"

다정하게 불렀다. 응? 답이 없다. 잘못 불렀나? 헬로우가 아니었나? 그럼

"하이, 구글~."

엥? 또 답이 없다. 어…. 이것도 아닌가?

그때부터 전쟁의 신호탄이었을지 모른다.

헬로우, 하이도 아니라고? 영어가 아닌 한국어였나? 우린 한국 사람이니께.

"안녕, 구글~."

와! 답이 없다. 내가 무시당하는 건가? 뭐지? 이때부터 기분이 슬슬 신경전으로 변한다.

내가 아는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분명 구글을 부를 때 길게 부르진 않았던 거 같았다.

반갑다, 굿모닝, 대답해, 저기요, 요기요, 저기, 요기, 어라, 호이, 명령, 짜잔, 긴장, 친구, 알람, 시계, 승리, 좋은 아침, 점심, 런치, 저녁, 디너, 축하해, 너무해, 친구, 학생, 어이….

영어든 한국어든 생각나는 대로 다 했다. 구글은 글로벌하니까.

딸을 만날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구글은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길지 않은 거리를 가면서 즐거움에서 서서히 화로 바뀌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오기로 변했다.

꼭 찾고 말겠다는 아집?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도전?

아! 내 머릿속의 한계에 다다르니 열이 받는다. 나의 짧은 어휘력에 화가 나기도 했다. 무슨 단어가 있었나 생각하며 떠오르는 건 다해봤다.

엄마, 아빠, 딸, 아들, 남편, 신랑, 애인, 사랑해, 좋아해, 아니야, 그래….

아마 가는 동안 입이 쉴 틈이 없었다. 이젠 입도 아프고 인내심의 끝도 보였다.

"안 해! 구글."

역시 구글은 꼼짝도 안 한다.

"저리 가! 구글."

아…. 왜 구글을 하고 싶었던 걸까?

"끝이다! 구글."

진심으로 씩씩거려졌다. 아이들이 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듯이. 씩씩거리는 아이들의 그 분함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딸이 학교 정문을 나와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차 문을 연 딸은 나의 표정을 보고

"엄마, 왜 그래?"

그렇겠지. 누가 봐도 나의 표정은 어디에서 한판 싸우고 지고 온 표정이겠지. 분에 못이긴 표정. 져서 억울한 표정으로 보였겠지. 평소 아이들을 마치고 오면

"어서 와 딸~. 오늘도 수고했어."

라며 세상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반겼지. 지금은 다르다. 열을 받을 만큼 받아서 얼굴이 달아올랐겠지. 나의 속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처럼 죄 없는 딸한테 눈 흘기며 화풀이하며 툭 내뱉듯 말했을지 모른다.

"도대체 구글 찾는 말이 뭐야? 무슨 구글이야?"

딸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케이! 구글?"

아…. 그랬다.

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폰 속의 구글은 "네~" 하면서 대답했다. 자기는 어디 안 가고 여기 있었다는 듯이. 우와. 대답하는 구글에 더 열 받는 건 뭐지?

오케이라고?

그렇게 수많은 단어를 총집합했는데 왜? 왜? 오케이는 생각이 안 났단 말인가?

오케이란 단어가 버젓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고 흔히 사용하는 그 단어가 생각이 안 났단 말인가!

허탈했다. 집에 오면서 딸한테 하소연하듯 따발총처럼 말했다. 나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딸이 손뼉까지 치면서 웃어댄다.

"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웃겨."

잉? 뭔소리여!

아, 슬프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폰을 켰다.

"이제 너랑은 안녕이다."

구글을 비활성화시켰다.

에잇! 주인도 못 알아보는 구글! 안녕이다!

작가의 이전글아들 코 수술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