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벌컥벌컥!
하고 싶은 것처럼
하지 말라고 하면
코 수술 하루 전날 입원을 했다. 다행히 이날은 다른 검사는 하지 않았다. 며칠 전 검사를 많이 해둔 덕분이겠지.
환자복을 입은 아들은 그제야 입원한 걸 실감하는 거 같았다. 표정도 약간 경직된 듯 보였다.
밤 12시부터 물도 먹지 못하는 금식이다.
수술은 오전 중으로 하기로 되어있고, 앞 수술들이 끝나는 대로 하기로 했다.
금식이라는 단어가 식욕을 불러일으키나 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처럼.
저녁밥도 내 밥을 반 그릇 더 먹고도 속이 차지 않는다고. 그래, 많이 먹을 때지. 자식이 먹는 거다 보니 아깝지 않은가보다. 내 밥을 더 주다니! 캬~. 이것이 부모 마음인가!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반찬은 내 쪽으로 밀어주는 센스까지 보이네. 그려 많이 묵어.
금식 전까진 먹어둬야 한다며 병원 밖 도넛도 몇 개 먹고. 나온 김에 바로 옆에 치킨집이 보였다.
“아들, 치킨?”
씩 웃는 아들. 그래 먹자 먹어. 언제 또 이렇게 먹겠니.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닭이 너무했다. 순살에 파닭을 시켰는데 세상에 10조각 되려나? 크지도 않은 크기에. 아들이랑 서로 말 없는 눈빛의 와~~를 외쳤다.
이게? 이 정도 가격이라고? 사장님까지 불친절하네. 파가 길어서 자르려고
“사장님, 혹시 가위 있을까요?”
사장을 주방을 한번 대충 휙 눈으로 둘러보더니 기분 나쁘다는 듯한 행동으로 닭 그릇을 가져가더니 대충 파를 잘라 왔다.
뭐지? 잘라드릴까요? 라고 묻지도 않고, 가위가 있다 없다 말도 없고. 거참.
시킨 거 대충 먹었다. 불친절함과 정수기 옆에 종이컵이든 컵이든 아무것도 없고. 물어보기도 싫고. 지저분하기도 하고. 내돈내산인데 기분이 나빴다.
아들도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들어왔을 건데 미안하단다.
먹었으니 됐고, 다음에 안 오면 된다고 했다. 두 번은 안 간다. 흥!
병실로 와서 그 후론 안 먹었다.
신기한 게 병실에 있으면 어찌 그리 시간도 천~천~히 가는지. 집에선 끝없던 할 일들이 병실에 있으면 온전한 개인 시간이다. 책 한 권 챙겨와서 읽고. 아들도 이것저것 하고도 심심한 눈치였다.
게임을 조금 하더니 끊긴다고 안 한단다. 하긴 여기 인터넷을 많은 사람이 같이 쓰다 보니 당연하겠지.
병원은 일찍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지. 그 대신 불도 일찍 끈다. 4인실이고 오래된 병원이라 개인 시설이 많지 않다. 다행히 우리 방은 아이들이 있어 어른들처럼 일찍 불을 끄진 않았다. 이번엔 아이들이 많은 듯했다. 폐렴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울 아들도 3살 때 폐렴으로 입원했었는데. 그때 힘들었지. 그랬지. 콜록대는 애들이 안쓰러웠다. 아픈 애들이라 그런지 병실도 조용했다.
밤 10시가 되니 슬슬 졸렸다. 집에선 눈이 번쩍 떠 있는 시간인데.
병원은 마법의 성인 듯.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만드는~
나와 아들은 금식도 있겠다. 혹시나 배고플 수도 있으니 일찍 자기로 했다.
새벽 5~6시쯤 수술 준비를 위한 링걸을 꽂는다고 했다.
5시가 조금 넘자 간호사가 우릴 살짝 깨웠다. 수술복으로 입고 주사실로 오라고 했다. 내가 중학교 때의 수술복이랑 달랐다. 시대가 변하고 그만큼 편해지기도 하고.
파란색 상 하복의 수술복을 입으면서 아들도 긴장이 됐나 보다.
평소 따뜻하던 손이 차가워지고, 얼굴에도 긴장감이 보였다.
우린 두리번거리며 주사실을 찾아갔다.
첫 바늘 실패. 두 번째도 실패. 세 번째도.
혹시…. 아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바늘도 긴데.
아들이 3살 때도 혈관 찾기 힘들어 몇 번을 실패하다 결국 발에 했는데. 이번에도 잘 안되는 건가? 결국 혈관이 터졌다.
“혈관 찾기가 힘든가 봐요.”
내가 살짝 조심히 물었다.
“아니요. 혈관은 잘 보이는데. 잘못해서 터졌어요. 죄송해요.”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새벽에 자다가 긴장하면서 온 아들에게….
간호사는 다른 간호사를 불렀다. 포스가 다르다. 한 번에 찾아서 쑥~ 꽂았다.
혈관 터트린 간호사는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아들도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착한 녀석. 아플 거면서.
병실에 오면서 아들이 그런다.
몇 번을 찌르는 게 나은 거 같다고. 긴바늘로 찌르고 혈관 찾는다고 돌리고 하는 게 더 무섭다고. 보고있으니 더 무섭다고. 그 말에 상황을 알 것 같으면서도 웃겼다.
그렇게 병실로 왔고, 난 뭘 찾는다고 뒤돌아선 그 순간.
벌컥벌컥! 헛! 이런!
놀래서 돌아보니 아들이 물병을 들고물을 벌컥 마시고 있었다.
“너 금식!”
내 말에 아들도 얼음이 되었다. 순간 아들의 얼굴이 파래진다. 멈춘 자세를 어찌할 줄 몰라 멍하게 있다.
전날 수술 설명 들을 때 물도 마시면 안 된다고 물 마시면 수술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한두 모금은 괜찮지 않을까? 수술을 바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한쪽에선 불안한 맘이 들기도 했다.
멈춰서 얼음 된 아들을 뒤로하고 간호사실로 갔다.
“아…. 오늘 수술인데 잠도 덜 깬 상태서 물을 두어 모금 마셨네요.”
주사실 갔다 온 걸 알고 있는 간호사였다.
간호사의 표정도 헛!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겠지. 금식인데 새벽에 물 마시는 사람은 우리 아들뿐이었겠지.
담당 선생님께 연락해본단다.
병실로 오니 아들은 앉아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 마치 중요한 시험에서 불합격이라도 한 것처럼. 기다려보자 했다.
아들은 수술 못 하는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내가 등 돌린 그 몇 초 사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나도 이런 적은 첨이라.
다행히 지금부터 아무것도 먹지 마란다. 식겁했으니 먹으라 해도 안 먹지 않을까?
아들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이라서 천만다행이지. 음료였음….
아들은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단다.
앞 수술들이 조금씩 늦어져 예정 시간이 되어도 연락이 없었다. 나도 막상 수술 시간이 되어가니 긴장이 되긴 했다. 간단한 수술이라 해도 당사자는 그렇지 않은 걸 알기에.
수술하는 시간보다 수술실에서 마취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장되는 시간인 걸 안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수술들이 조금 늦어져 언제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응? 모른다고?
“오늘 안으로는 하겠죠?”
속은 타지만 수술이 늦어지는 걸 어쩌겠어. 수술 중인 환자 보호자들도 속이 탈 거인데.
“네. 기다리는 거 힘드시죠? 오늘 안으로는 하는데 시간을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요. 준비되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어찌 간호사들은 이리도 친절하단 말인가! 화를 낼 수가 없잖아.
생각보다 많이 안 기다렸다. 수술 시간도 1시간 안에 끝난다고 했다. 수술이라 신랑도 10시쯤 왔다.
아들은 뭐가 그리 고마운지 아빠한테도 와줘서 고맙단다.
자길 챙겨주는 내가 고맙단다.
당연한 건데…. 이 당연함을 고마워할 줄 아는 아들이 더 고마운걸….
이야~. 내가 수술할 땐 수술실 출입 문안으론 보호자도 못 들어갔는데. 요즘은 안에 들어갈 수 있네? 한 명만. 내가 들어가고 신랑은 밖 대기실에 있었다. 수술 들어가기 전 마취 전까진 보호자 한 명이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아들한테 그랬다. 수술 시간은 얼마 안 걸리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긴장되고 길어질 수 있다고. 나 땐 그랬으니까. 보호자도 못 들어 갔으니까. 같이 있으니 훨씬 좋은 것 같다. 나도 아들도.
간호사 한 분이 아들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본인 확인 겸 괜찮은지 확인하는 듯했다. 아들도 긴장한 목소리로 떨며 대답을 차분히 잘했다.
아들이 그런다.
병원에서 불편할 건데 같이 있어 줘서 고맙다고. 챙겨줘서 고맙다고.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빠도 바쁠 건데 와줘서 고맙다고 다시 전해달란다. 눈물이 살짝 고이면서 말하는 아들.
수술을 기다리면서 어떤 맘인지 어떤 생각인지 다는 모르지만, 조금은 이해한다.
“아들, 당연한 건데 뭐가 그리 고맙노.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건데 네가 이 당연함을 고맙게 생각해줘서 엄마는 그런 아들이 더 고맙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들을 안아줬다.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긴장될 거지만 잘될 거라고,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여기 선생님들이 잘해주실 거라고, 좋은 생각 즐거운 생각 하다 보면 끝나있을 거라고.
한쪽에 있던 간호사 두 분이 웃으시며 그런다.
“수면 마취라서 한숨 푹 자고 눈 뜨면 병실일 거야.”
한 분은 아들이 어찌 이리 엄마랑 다정하냐고 하셨다. 본인 아들도 다정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는 사이 마취과장님이 오셨다. 수면 마취한다고 하신다. 서명하고.
“전 나가 있으면 되나요?”
간호사 한 분이 “들어가기 전에 인사 한 번 더 하고 가시죠.” 하자, 같이 있던 사람들이 웃었다.
“엄만 날 빨리 보내고 싶나?” 그 말에 또 한 번 다들 웃었다.
“우리 곧 만날 건데. 너 한숨 자고 나면 엄마가 이렇게 옆에 있을 건데 뭐가 걱정이야. 한숨 자고 좋은 꿈 꾸고 금방 보자.”
아들의 손을 꽉 한번 잡아주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응.” 웃으며 대답하는 아들.
나도 대기실로 왔다. 화면이 ‘수술’로 바뀌자 다시 긴장되었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의 모든 신경이 화면에 집중됐다.
40분 정도 지났나? ‘회복’으로 바뀌자 안심이 되었다. 10분 정도 후 수술실에서 아들이 나왔다.
침대를 이동해 주시는 분이 그러신다.
“방금도 저랑 대화했고요. 괜찮습니다.”
그 말에 진짜 안심이 되었다.
“아들 엄마 말 들려? 수고했어.”
눈은 감은 채 고개만 살짝 끄덕인다.
병실로 돌아와서도 금식이다. 4시간 후에 먹을 수 있단다.
아들이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데, 버틸 수 있는 건 친구들 덕분이다. 아들과 성향이 비슷한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5명. 학교는 달라도 다들 같은 동네라 가끔 만나고 연락한다. 6학년 때부터 잘 지내는 사이다. 조금 크니 아들과 성향이 비슷한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거 같아 고마웠다.
이 친구들이 문병 왔다. 수술 끝나고 1시간쯤 지나서 왔다. 자기들 용돈 모아 빵이랑 박카x를 양손에 든 채.
고맙고 귀여웠다. 중 1인 키도 큰 아이들이지만, 귀한 아들들이었다. 난 아들들이라고 부른다.
어디 내 아들만 소중할까? 다 소중하지.
아들은 조금 정신이 드는지 친구들을 보고 표정이 밝아졌다.
다 같이 편의점 가서 간식거리를 샀다. 물론, 아들은 금식이다. 아들에게 이 음식들은 그림의 떡인 거다.
착한 친구들도 몇 개 안 고른다. 같이 못 먹는데 미안한 표정이길래 괜찮다고 나중에 먹으면 된다는 아들. 휴게실에서 먹고, 병실로 와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사람도 있기에 오래 있진 못했다.
같이 이야기하고 괜찮냐고 묻는 아들들이 예뻤다.
좋은 친구들이 아들 옆에 있음에 감사한다.
금식이 풀린 시간은 이미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났기에 나랑 아들은 편의점에서 먹을걸 사 왔다. 우리의 첫 끼는 편의점 음식! 나도 의리가 있지. 아들이 금식인데 옆에서 먹을 수 없었다. 음식을 본 우리의 배는 환호성을 지른다.
코 수술한 쪽은 코를 막아둬서 보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수술 후 숨쉬기가 힘들 수 있다고 했고, 콧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랬다. 그 증상들이 다 나타났다.
아들은 배는 고픈데 숨이 막혀 밥을 넘길 때도 힘든지 얼굴에 짜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른손은 바늘이 종일 꽂혀있어 뻑뻑하고 잘 굽혀지지 않는 상태다.
팔은 불편하지, 젓가락질은 안 되지 배는 고프지. 음식은 잘 못 넘기지, 음식 씹으면 숨쉬기도 힘들지. 그래. 나라도 짜증이 날 터이지.
“아들아, 불편하제? 수술 전에 그럴 거라고 얘기 들었잖아. 배고픈데 급하게 먹으면 체하니까 천천히 먹으라는 뜻으로 생각하자. 조금씩 입에 넣어서 먹으면 좀 덜 힘들지 않겠나? 젓가락질 힘들면 엄마가 도와줄게. 이러려고 엄마가 지금 같이 있는 거잖아.”
맘처럼 되지 않는 아들의 눈에 금방이라도 짜증의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아들은 짜증 내는 걸 진정시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천천히 먹자. 이 정도인 걸 감사하자.”
평소 밥 먹는 시간의 3배는 걸린 듯하다. 먹으면서 맛있단다. 그렇게 우리의 첫 끼를 무사히 먹었다.
보호자용 간이침대는 예나 지금이나 불편한 건 같았다. 간이침대도 그대로고.
밤새 항생제며 약을 몇 번이나 바꾸고 하는지.
아들도 밤새 잠을 못 잤다.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오히려 내가 잠 못 잘까 걱정해주는 아들이었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서 잠을 못 자는 거 같았다. 아프기도 하다고.
간단하다고 해도 수술은 수술이니.
투정 부리거나 짜증 내지 않는다. 그저 앉았다 눕기를 반복했다. 밤새 그런 모습에 안쓰러웠다.
아침에 퇴원 전 진료를 봤다.
막고 있던 솜을 빼내는데…. 우와~ 솜에 딸려 나오는 끈적한 무언가가 쭉~ 나왔다. 두 번을 그렇게 뺐다. 그리곤 코안을 다시 검사하고. 안쪽깊이 뭔가 지지대가 있는데, 부러진 뼈를 세운 거라 나중에 뺀다고 했다.
안쪽에 솜이 두 개 더 있는데 작은 솜은 빠질 수도 있다고 괜찮단다. 자연적으로 빠지는 건 괜찮단다. 빼려고 하진 말라고.
솜을 두 번 빼고 나니 아들은 시원하기도 한지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코 건들면 안 된다고 코 겉에 고형물로 고정했다. 콧물이 많이 나올 수 있단다. 맞았다. 콧물을 어찌나 흘리던지 턱받이가 아닌 코받이를 해줘야 할 판이었다.
퇴원 절차는 빨리 진행됐다.
입원도 며칠 안 해서 다행이었다.
2주 동안은 뼈 붙는 기간이라 특히 조심하라고 했다. 방학이라 어찌나 다행인지. 집에 오는 내내 콧물은 그칠 줄 몰랐다. 코를 세게 풀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들아 살살.”
코 푸는 소리 들릴 때마다 자동으로 나왔다.
엇! 작은 솜이 빠질 수 있다고 했지만 이렇게 빨리 빠질 줄이야. 아들도 놀라서 순간 또 얼었다. 혹시나 해서 병원에 전화해 물어보니 괜찮단다.
집에 도착해서 아들이 그런다.
“엄마, 아빠가 내 엄마 아빠라서 고마워. 이렇게 신경 쓰고 챙겨줘서 고마워. 엄마 병원에서 불편했을 건데 고마워.”
“엄마도 아들 고맙다. 이젠 조심만 하면 된다.”
나와 아들은 서로 안아줬다. 네 존재가 내겐 고맙다.
코 뼈가 잘 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