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코 다친 날

혼자 오면서 맘이 어땠을까

by 쉼이되고싶은 나무

이번 달 말 처음으로 아들 주짓수 대회가 있다. 얼마 전 신청하면서 무척이나 설렜던 아들.

잘할 수 있을까라며 얼굴엔 미소를 띄우며 걱정했다.

난 한번 해보라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잘하든 못하든 배우는 것도 많을 거니 좋은 경험이라고 했고, 아들은 설레며 떨린다며 대회 신청을 했다.

도장에 친한 형이 어제부터 같이 연습하자고 해서 신났던 아들이다.

늦게 나오겠다는 아들 말에 마치면 전화하라고 늦은 시간이니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난 책 반납할 것이 있어, 대충 아들이 얘기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반납하고 도장 근처에 가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졌다. 10시가 넘자 걱정을 되어 도장을 들어가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아들 전화가 왔다.

울먹이는 목소리에 무슨 일 있냐고 엄마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들은 “미안해. 엄마 기다리는 줄 모르고 시간이 늦어서 엄마 힘들까 봐 집으로 뛰어왔어.”

울먹이는 목소리에 무슨 일 있냐고 물으니, 같이 연습하는 형이랑 거의 끝날 무렵에 그 형 무릎에 코를 부딪쳤단다. 피가 많이 났고 주위 사범님들과 형들이 도와줬단다. 20분정도 코피가 났단다.

왜 전화 안 했냐고 하니 아들은 미안하다고만 했다.

언제나 남부터 챙기는 아들.

본인이 미안한 일이 아닌데도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들.

순해 빠진 아들.

가끔 아들의 모습에 화가 나서 왜 너부터 안 챙기냐고 욱하며 말하곤 하지만, 내가 봐도 천성이 순하고 착하다.

지금은 피 안 나냐고 물으니 조금 난다고 했다.

도장에서 집까지 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의 어중간한 거리라 데려다주고, 가끔 걸어오고 싶다고 걸어올 때도 있다.

엄마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하지라고 했더니, 몰랐다고 늦어서 엄마 피곤할까 봐 혼자 갔단다.

난 코 아프단 말과 피가 많이 났다는 말에 집으로 정신없이 왔다.

아들은 가끔 코피를 흘릴 때 쏟아붓듯 흘려 긴장하게 만든다.


집에 와서 아들을 보니 다행히 코피는 거의 멈췄는데, 코가 많이 부었다.

순간 뼈 부러진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아들의 표정을 보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본인도 아플 건데, 미안한 표정이 가득했다.

전화 안 하고 바로 온 게 미안한가 보다. 그게 뭐라고.

땀범벅인 아들을 안아주고 많이 안 아프냐고 물으니 쑤시긴 하는데 참을만하단다.

순간 아들이 집에 혼자 오는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맘이 아팠다.

이 순해 빠진 아들은 자기 아픈 것보다 엄마한테 말해서 엄마가 걱정할 게 더 걱정이었을 거다.

“엄마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도 몰랐지? 엄마 조금 일찍 나가서 책 반납하고 너 언제 나올지 몰라서 기다리고 있었거든. 너한테 미리 말 안 해서 몰랐긴 했겠다. 아이고, 우리 아들. 혼자 한 손은 휴지로 코 막고, 다른 한 손은 운동 가방 큰 거 메고 온다고 힘들었겠네. 너도 놀라고 걱정되고 했을 건데 혼자 걸어오면서 눈물 난 거 아니가? 맘이 힘들었겠네.”

난 아들을 안아주며 등을 쓰다듬었다. 집에 혼자 오는 모습을 상상하니 맘이 어땠을까 싶었다. 나라면 그랬을 거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왔을까? 슬펐겠지. 아팠겠지. 걱정도 됐겠지. 가슴은 쿵쿵 뛰었겠지.

“엄마 어찌 알았지?”

안겨있는 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울음을 참는 무거운 목소리.

“눈물 났제?”

"어."

그렇게 얼마나 안겨있었을까.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는 아들이 짠했다. 얼마나 아팠을까? 사람들 앞에서 아프다 말 못하고 괜찮다고만 했을 아들. 사람들의 걱정이 더 걱정되어 본인 아픈걸 표현 못했을 아들.

같이 연습한 형도 많이 미안해서 계속 걱정을 해줬다.

그 형은 평소에도 아들을 잘 챙겨준다. 아들이 고민 얘기하면 잘 들어주고. 아들이 좋아하는 형이다. 내게도 형에 대해 자주 얘기하곤 했다. 그 형의 맘도 어떨지 안다. 미안함과 걱정과 자기 때문에 다친 건 아닐까하는 죄책감도 들었을 것이고. 그렇게 내 아들을 걱정해 줬을 그 형의 맘도 고마웠다.

내가 괜찮다고 서로 연습하다 그랬고, 그 형이 평소에 잘 챙겨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아들이 씻는 동안 밤에 진료할 수 있는 병원 검색했는데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니어서 망설여졌다.

진통제 하나 먹였다. 아들은 자기 아픔보다 자기를 걱정하는 내 걱정을 더 했다.

연신 괜찮다고 했다. 내가 봐도 퉁퉁 부어서 아플 게 뻔한데.

무릎이랑 부딪혔는데 얼마나 아팠을까? 그 아픔을 다 표현 못 했을 건데.

아침 일찍 병원에 가기로 했다.


다행히 많이 뒤척이지 않고 잔 거 같았다.

일찍 동네 가던 정형외과에 갔다. 엑스레이 찍고 결과를 보는데 선생님이 그러셨다.

엑스레이는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아들 코를 여기저기 만져보시며 살짝 눌러보시고 말씀하셨다. 소견서를 써 줄 테니 큰 병원 가서 CT 찍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웬만하면 이렇게 말씀 안 하시는 선생님이신데, 그 말에 알겠다고 바로 다른 병원으로 갔다.

아들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난 괜찮을 거라고, CT 찍고 괜찮은 거 확인하는 게 맘 편하니 찍어보자고 했다.


역시 종합병원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숨이 막힌다. 어째서 종합병원은 항상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아픈사람이 어떻게나 많은지. 안아프면 좋을텐데. 씁쓸하다.

접수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 당일 접수다 보니 예약 환자에 밀려 한 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렸다.

기다렸다 진료 보고 또 사진 찍고 검사하고. 휴. 또 기다리고. 반복이다.

두 시간 정도의 몇 가지 검사와 CT 찍고. 결과가 나왔다.

코뼈가 부러졌단다. 다행인 건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 거다. 아들의 눈이 커졌다. 나역시.

나도 제발 괜찮기를 바랐는데 아니었다. 수술해야 한단다. 수술 시간은 얼마 안 걸린단다. 다만, 부은 게 가라앉아야 해서 당장은 안되고 약 먹고 며칠 뒤에 하기로 했다.

수술 날짜 예약하고, 수술을 위해 또 이것저것 검사하고. 진료전에 검사하고 수술을 위한 검사를 또 하고.

몇 시간 동안 나도 지쳤는데, 아들도 지쳤겠지. 표정은 너무 지쳐있는데도 괜찮단다. 미안하단다. 검사비도 많이 나왔는데 수술까지 해야 해서 미안하단다.

아…. 맘이 아린다. 배고프다고 힘들다고 왜 이리 오래 기다리냐고 투정 부리고 싶었을 건데. 뭐가 그리 미안한지.


첨엔 별거 아니겠지 괜찮겠지 그저 타박상 정도 생각했다. 점점 일이 커지면서 순간의 멘붕이 오기도 했다.

부러져? 수술? 응? 햐….

무슨 사진은 그리도 많이 찍고, 검사 종류는 뭐가 그리 많은지.

사람 심리가 참 희한한 거 같다. 꼭 종합병원 아니라도 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거란 것도 알면서 오게 된다. 와서 검사하고 기다리고 구시렁거리면 투정 부리고. 그러면서 또 한 마디하지. 이래서 종합병원은 싫다고.

나도 그러고 있는 거다. 옆에 아들은 단 한 번도 투정 부리지 않았다. 구시렁거리지도 않았다. 미안하단 말만 했다.

몇 시간에 걸쳐 끝났다. 마지막 수납하니 힘이 빠진다.

아들이 또 미안하다고 그런다. 화가 나야 하는 데 왜 이리 맘이 짠한지.

아들을 안았다.

”아들, 뭐가 그리 미안한데? 네가 싸우다가 그런 것도 아니고. 형이랑 연습하다가 그랬는데. 수술할지는 몰랐는데 순간 멘붕이 오긴 했지만 괜찮다. 생각해보면 이 정도라 다행이지. 다른 곳 안 다친 것도 감사하고. 수술도 간단하다 하니 또 다행이고. 첫 대회 나간다고 기대했는데, 못 나가서 아들이 더 속상하겠구만. 한동안 운동도 못해서 너가 더 속상하지. 엄마는 네가 이만하게 다행이고 감사한다. 자꾸 미안해하지 말고. 미안할 것도 없구만. 괜찮다.“

아들은 아무 말 없이 눈이 뻘게지더니 눈에서 눈물만 떨어졌다. 등을 토닥여줬다. 뭐가 그리 미안할까.

내가 너의 엄마고, 넌 나의 아들인데 뭐가 그리 미안할까.

누굴 닮아 이리 마음이 착한지.

어찌 보면 바본데.

남부터 챙기고, 남 걱정하고. 남한테 독한 말 못 하고. 맞아도 하지 말라고만 하는 아들.

가끔 날 감동을 주는 아들.

엄마가 내 엄마라서 고맙다고 하는 아들.

항상 학교 끝나면 ”오늘은 별일 없었어? 엄마, 수고했어. “라고 해주는 아들.

요즘 난 그런다.

너부터 챙기라고. 너 다음 다른 사람이라고.


금방 끝난다고, 간단한 수술이라고 한다. 나 또한 지금껏 몇 번의 수술 경험이 있어 안다. 다들 금방이라고 괜찮다고들 하지만, 본인에겐 그 금방도 아무것도 아닌 간단한 수술도 금방이 아닌 간단한 수술이 아닌 거란 거.

수술실 들어가서 기다리는 그 시간이 긴장감에 몸을 떨게 만드는지. 전신마치 후 눈 뜨면 끝나있는 수술.

이 또한 지나간다고들 하지. 그럴 거다. 그만큼 배울 것이고 커 가겠지.

이번 일로 아들의 맘이 좀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

집에 오니 아들도 긴장이 풀리나 보다. 나도 그런걸.


아들아!

매일 매일 잘하고 있다. 넌 그냥 너로 자라주면 된단다. 넌 너니까!

사랑한다. 그리고 고맙다.

이젠 미안하단말 진짜 미안할때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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