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새해 첫 일출 실패

쉬운게 없네.

by 쉼이되고싶은 나무

어쩐 일인지 아들이 작년에 처음으로 새해 첫 일출이 보고 싶다고 했다.

작년 초등 6학년.

언제지? 아들이 6, 7살 땐가? 신랑이 근처 일출 장소를 알아보더니 가자고 해서 갔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고, 주차도 가능은 하나 10분 정도는 걸어가는 곳이었다.

애들도 어려서 일출 아니 해 뜨는 거 보자고 하니 좋단다.

그땐 몰랐지. 나도 애들도. 그렇게 경사가 가파른 곳을 10분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1. 아이들의 첫 일출 보기

지금 기억으로 그날 첫 일출이 7시 20분쯤이었던 거 같다. 담요도 챙기고, 아직 애들이 어리니 장갑이며 따뜻한 물까지 짐이 한 보따리였다.

그곳은 무슨 공원이었는데…. 큰 공원은 아니었고 동네 사람들만 알만한 작은 공원이었다.

새벽 6시쯤 일어나서 바로 출발했다. 전날 대충 짐을 챙겨뒀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걸어갈 순 없어 차로 이동했다. 가는 길이 골목이었고 오르막이었다. 주택가 사이라 좁았다. 공원 근처 주차 자리가 거의 없어서 돌다가 어찌 주차했다.

10분만 늦었어도 주차 못 할 뻔…. 갑자기 차들이 많아졌다.

올라가는 길이…이야… 경사가… 경사가 쭉~ 이었다. 30도쯤? 내 생각에. 말이 10분이지 경사다 보니 10시간 걸어간 기분이었다. 땀도 삐질삐질 나고 헉헉거리며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에 오니 우와~~ 우리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많았다. 하긴 난 내가 부지런하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첫 일출보러 이렇게 일찍들 오는구나 싶었다.

따뜻한 커피가 준비되어있어 새벽부터 커피 한 잔 마셔주고. 어묵 꼬치도 있었다. 떡국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올라오는 길이 험하다 보니 변경이 된듯하다.

뜨거운 물을 챙겨오길 잘했다. 춥긴 추웠다.

평소에 내팽개쳐진 장갑과 핫팩이 이리 활약할 줄 몰랐다.

그날 공연도 하고, 사회자도 있었다. 당연히 우린 전혀 모르고 간 거였고.

나도 새해 첫 일출을 본 게 두세 번 되나?

날이 추워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 거 같았다.

드디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붉은 해가 조금씩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저렇게 붉을 수가 있을까? 저 붉고 아름다움을 어떻게 무슨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신기한 게 해가 올라올 때라 질 때는 붉다는 거다. 일출과 일몰 다 아름답지.

아이들도 서서히 올라오는 태양이 눈 부시고 아름다운지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우와~, 우와~.” 하면서.

나 역시 그랬고, 주위 사람들 역시였다.

아이들에게도 퍽 인상적이었던 거 같다. 몇 번이나 이 장면을 얘기하곤 했으니까. 아이들은 생애 첫 일출이었지 싶다.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의 찬란함! 감동 그 자체지. 보는 이의 가슴도 벅차게 만드는 마술사!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새해 첫 태양은 더 환호받고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지.

그렇게 일출은 우리 네 식구의 마음 한쪽에 따뜻하게 자리를 잡았다.


2. 작년 2025년 첫 일출

어릴 적 첫 일출 후 일출은 안 본 건지 못 본 건지 굳이 보려고 애쓰지 않았던 거 같다.

갑자기 아들이 일출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셋이 보러 가기로 했다. 신랑은 그리 보고 싶어 하지 않아서 셋만 가기로 했다.

일출 시각은 알아뒀다.

문제는 정확히 일출 볼 수 있는 장소를 알아보지 않았다는 거. 대충만 검색했다는 거. 내가 길치라는걸 내가 까먹은 거다. 이 일이 얼마나 큰 파동을 일으킬지 몰랐다는 게 나의 착오였다.

시간보다 여유 있게 출발했다. 내가 헤맬 걸 계산해서.

일출 볼 수 있을 거란 확신으로 부푼 마음을 안고 간 거지.

대충 검색한 장소에 도착했다. 시간 여유는 있었다.

어라? 생각보다 차가 많이 없다.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할 정도로 없었다. 조금 수상했다.

옆에서 장사하시는 사장님께 물었다.

“사장님, 여기 해 뜨는 거 보이나요?”

“그럼요. 여기서 보입니다.”

그 대답에 안심했다.

점점 일출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차랑 사람들이 더 늘지 않는다. 이상하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 불안함이 커지는 건 뭐지? 아이들도 사람들이 왜 이리 없냐고 묻는다.

“사장님이 여기 해 뜨는 거 보인데. 괜찮아.”

말하면서 내 마음도 점점 불안해진다.

일출 시간이 되었다.

어…. 해가…, 해가…. 다른 쪽에서 뜨고 있다. 우리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점점 붉게 올라오고 있다. 이럴 수가! 속았다.

주위 사람들이 갑자기 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차가 순식간에 빠진다.

어디로 가야 하지? 난 길친데. 일단 차로 이동하자!

“얘들아, 타!”

부랴부랴 시동 걸고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해변 쪽으로 이동했다.

아…. 차가 막힌다. 주위가 점점 밝아지고 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빨리빨리.

해변 쪽에 거의 다 왔다. 마음이 조금 안심이 되려 했다.

이럴 수가! 산이 가려서 안 보인다. 급하게 폭풍 검색했다. 다시 이동.

이동 중에 해는 이미 중천을 향해 가고 있다. 떠오를 때의 그 붉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가다가 맘을 접었다.

“얘들아, 미안. 이미 해 다 떴다.”

그길로 집으로 왔다. 새벽에 부푼 맘을 안고 여유 있게 갔는데 우째 이런 일이.

아쉬웠다. 아들은 다음날 다시 가면 안 되냐고. 딸은 안 가도 된다고. 아들과 둘이 가기로 했다.

“그래! 그럴까? 다음날 일출 보면 어때? 그지?”

나랑 아들은 서로를 위로하면 우리를 정당화했다.

인터넷 검색했다. 알고 보니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다음날 시간 맞춰 갔다. 새해 하루 지났다고 한산했다. 아무도 없었다.

나랑 아들 둘만 있었다. 우린 여유 있게 일출을 봤다. 하루 늦게 보면 어때? 하면서 위로해본다.

‘첫’이란 단어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


3. 2026년 올해의 첫 일출

작년의 실패를 기억하며 올해도 아들이 일출을 보러 가자고 한다.

올핸 나랑 아들 둘만 가기로 했다. 안가겠다는 사람 데려가봤자 끌려가는 기분일 거고 원하는 사람만 데려가면 되는 거 아닌가? 내 시간 투자해서 기분 좋게 봐야 의미가 있지.

올핸 반드시 일출을 보리라!

일출 시각 체크 오케이!

일출 장소는 작년 새해 둘째 날 가봤기 때문에 장소도 오케이!

집에서 20분 정도 거리라 아들한테 늦어도 6시 40분엔 출발하자고 했다.

일출 시각은 7시 32분!

주차가 어찌 될지 모르니 조금의 여유는 있어야지.

올핸 종 치는 것도 온라인으로 봤고.

예전 젊을 때 종 치는 거 보러 가서 아픈 기억이 있기에 그 뒤로 가고 싶지 않고 갈 생각도 안 한다.

알람도 맞춰뒀고. 모든 게 오케이!

알람이 울려 나부터 준비하고 아들을 깨웠다.

뭐 늘 그렇듯 느릿느릿 졸린 정신으로. 햐…. 맘 같아선 한 대 쥐어박고 싶다.

욱하는 마음 억누르며 조금 서두르라고 좋게 말을 하고 예상 시간보다 10분? 늦게 출발했다. 새벽이고 일찍 서두르는 사람은 벌써 갔을 시간이기에 도로는 한산했다.

도착 장소가 다가오자 서서히 차가 밀린다. 어찌 없던 차들이 갑자기 몰린다.

그렇다. 내 앞에 줄 서 있는 차들이 나랑 같은 곳을 가는 거다.

옆쪽 도로에서도 합류해 더 복잡하다.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긍정의 마음으로 마음을 추슬러본다. 볼 수 있다. 볼 수 있다.

주차장 들어가는 입구.

아저씨들이 주차비 선불로 받는다. 여기 주차 저렴하다. 1시간 해도 천 원 정도인데.

새해라고 바가지 씌운다. 2천 원을 선불 달란다. 일출이 코앞이라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었다.

새해 첫날부터 주차장은 대박이다.

햐…. 만차다. 만차인데 왜 차들을 들어오게 하느냐고!!!

앞에 일출이 시작되려 했다. 시간이 정말 아슬했다. 우선 주차는 포기하고 돌기로 맘먹었다.

“아들, 엄마는 주차 알아서 할 테니까 먼저 내려서 앞쪽 가서 일출 봐.”

오는 내내 차 안에서 자는 아들. 정신이 몽롱할 거다. 차에서 내리더니 가만히 서 있다. 만차인데도 계속 차는 들어오고 있다. 내 뒤에서 차가 있어 이동해야 했다. 아들은 계속 그 자리에 있다.

“아들! 앞으로 가서 보라고!”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앞쪽엔 사람들이 일출 보려고 복잡했다. 어기적거리며 아들이 느릿느릿 앞으로 간다. 내 속은 터지기 직전이다. 화산 폭발 직전이라고 할까? 화산이 더 무섭긴 하겠지. 일출 순식간이다. 한 바퀴 도니 아들이 내 쪽으로 온다.

“봤니?”

“아니. 건물 두 개가 가려져 있고.” 어쩌고 하면서 폭발 직전인 나의 한계에 도전한다.

“타!”

아들을 태우고 바로 나왔다. 주차장만 찍고 나온 기분이었다. 주차장 한 바퀴 도는데 2천 원 준 것도 열받고, 본인이 보고 싶다고 왔으면 어떻게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중1이란 녀석이. 속이 터졌다. 건물이 가리긴 뭘? 작년에도 이 자리에서 봤는데.

애들한테 잔소리 잘 안 한다. 잔소리로 느끼는 순간 말하는 건 의미가 없는 걸 알기에.

그 순간 참을 수가 없었다.

항상 자기 걸 못 챙기는 바보 아들. 남부터 챙겨주는 바보 아들.

그날도 다른 사람한테 양보하느라 자기는 앞에 가지도 못했다.

아…. 이럴 땐 정말 속이 터진다. 차 안에서 폭풍 잔소리를 했다.

“니가 보고 싶다고 해서 엄마가 너랑 왔고. 분명 전날에도 아침에 일찍 나간다고 했는데 늦장 부려서 늦게 나왔고. 너 해 뜨는 거 보게 하려고 엄마가 정신없이 왔잖아. 주차 어려운 거 니도 봤으면 엄마가 알아서 주차하니까 너 해 뜨는 거 보라고 했으면 다른 사람한테 양보할 게 아니고 너부터 챙겨야지. 양보하는 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바보같이 니 것도 못 챙기면서 남부터 챙겨? 내가 너 이러라고 새벽부터 온 줄 알아? 왜 니가 보고 싶다면서 제대로 못 봐? 남들이 너 챙겨주냐? 아무도 널 배려 안 하는데 넌 뭐 하러 자리까지 비켜주고 그래?”

나도 참 착하다. 욕은 안 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욕을 정말 안 한다.

어찌나 속이 터지던지.

작년엔 내가 제대로 확인 안 한 탓이었고, 올핸 시간에 맞게 장소에 제대로 왔음에서 일출을 못 보니 머리에 김이 날 정도로 화가 났다.

“이제부터 너랑 일출 보러 오는 일 없다. 보고 싶으면 니가 알아서 와.”

그 길로 집으로 왔다. 집에 있으면 내가 자꾸 짜증이 날 것 같아 씻고 바로 나왔다.

뒤에 들리는 신랑의 말.

“차 가져가지.”

와! 이 말이 왜 그리 또 화가 나는지.

사람이 바라지 않으면 실망하는 게 없다고 한다. 그렇지. 맞는 말이지.

아들이 일출 보고 싶다고 하면 같이 가주면 어때? 하는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기대를 안 하는 게 정답이다.

“어. 차 가져갈 거다.”

나도 성의 없게 툭 한마디 내뱉고 그길로 나왔다.

슬프게 갈 곳이 없다. 이럴 수가. 이 넓은 세상에서 갈 곳이 없다니. 오라는 곳도 없고.

아…. 우선은 졸렸다.

차 끌고 나만의 아지트로 갔다. 조용한 숲 쪽에. 첫날이라 이곳도 한산했다. 구석에 주차했다. 우선은 자야 했다. 뒷자리에 담요가 있다. 담요가 날 살렸다. 차 안에 있으면 춥다. 계속 시동을 켤 수 없으니까. 2시간 잔 거 같다. 뒤척이면서.

눈을 뜨니 해가 보란 듯이 중천에 떠 있다. 눈부시다. 그래, 해는 항상 눈부셨다. 배가 고팠다. 밥 먹으러 어디 가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 주차할 수 있고 만만한 곳은 햄버거다. 슬프다.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었다. 만만한 곳으로 갔다. 역시 사람이 없다.

햄버거 하나 먹으면서 어디 가지? 또 갈 곳이 없네? 어찌 그리 아는 곳도 없을까?

마트로 갔다. 장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하고 슬펐다.

쳇! 기껏 온 곳이 마트라니….

바로 집으로 가자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 나올 땐 늦게 들어갈 마음으로 나왔다.

근처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마셨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무리다. 연인들, 가족들, 지인들끼리. 즐거워 보인다. 나만 혼자 앉아 있었다. 커피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밖의 풍경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가져온 책을 펼쳐본다. 나도 내가 갈 곳이 없을 거라는걸 알고 있었나? 책을 챙겼으니….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별생각 없이 나왔다. 저녁 5시 조금 넘었다.

일몰을 보러 갈까? 폭풍 검색했다. 가까운 곳에 일몰 장소가 있었다. 길치인 난 네비를 찍었다. 10분? 일몰은 5분 뒤? 일단 가자. 출발했다.

어라? 가는데 일몰이 시작됐다. 뜨아…. 차를 돌렸다. 가면 어두컴컴해질 거 같았다. 어디로 가지? 또 갈 곳을 찾아본다.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동네 산복도로가 떠오르는 건 뭐지? 항상 다니는 길.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산복도로로 향하고 있다. 역시 도로는 한산하다.

산복도로 아래로 보이는 수많은 불빛. 저 불빛이 다 내 것이었으면…. 저 많은 불빛 중에 내 것이 없다는 것도 슬프다.

잠시 조용한 곳에 차를 세웠다. 그렇게 30분? 멍때리며 불빛들을 봤다. 별생각은 안 했다. 전화기를 봤다. 전화 한 통 오지 않았다. 문자, 톡 조차도 없었다.

기대하지 말자고 하면서 기대를 한 거 같다. 어떻게 연락 하나 없을 수 있지? 그 누구든. 좀 많이 슬펐다. 폰 버릴까?

캄캄한 주위를 둘러봤다. 내 맘 같다. 하늘엔 별도 없었다.

하루 종일 갈 곳이 없는지…. 갈 곳이 있었으면 덜 억울할 텐데. 왠지 모를 억울한 맘도 든다.

결국 집으로 왔다.

밤 12시에 들어가야지 했는데. 12시는 무슨…. 종일 갈 곳 없어 방황하다 집에 오니 8시도 안 됐더라. 어휴….

난 그날 새로운 결심을 했다.

일출 보러 가지 않겠다. 기대하는 마음 버리자고….

내 맘이 슬퍼지지 않게.


햐…. 타종이랑 일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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