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화를 다루는 기술

오롯이, 나

by 숙희달


사람이 화를 낼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소리를 지르는 쪽은 미숙하고,

조용한 쪽이 더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는

되도록 멀리 두고 싶은 감정이었다.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대화는 끝났다고 여겼고,

화를 드러내는 건

통제하지 못한 결과처럼 보였다.




그 기준으로 세상을 보며

나는 스스로를

꽤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판단이 단순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크게 화를 냈던 날 이후,

이상할 만큼

머리가 맑아졌기 때문이다.


감정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상황은 오히려 또렷해졌다.

무엇이 어긋났는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화를 내고 나서야

판단이 시작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나에게 화는

통제력을 잃는 신호가 아니라,

통제권을 되찾았다는 신호라는 걸.




화를 다루는 기술이란

참는 것도,

잘 터뜨리는 것도 아니었다.


감정으로 끝내지 않고

판단으로 넘기는 것.


그게

내가 익힌

화를 다루는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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