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오롯이, 나

by 숙희달


나는 타인과 있으면

침묵을 참을 수 없는 성격이었다.


실없는 소리로라도

그 정적을 깨야만

숨을 쉴 수 있었다.


아마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 탓이었을 것이다.

괜히 나 때문에

지루해하지는 않을지,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그래서 먼저 말을 꺼냈고,

먼저 웃었고,

먼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편안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침묵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겪어보게 되었다.


그들은

말이 없다고 불안해하지 않았고,

정적을 채우려 애쓰지도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다.




침묵이 불편했던 이유는

그 시간이

나에게 아무 쓸모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나를

그때의 나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침묵을

관계의 빈틈이 아니라

내 상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웃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어도 되는 나를

조금씩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의 나는

정적 앞에서

무언가를 급히 꺼내지 않는다.




침묵은

참아내는 시간이 아니라,

나로 있어도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는 선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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