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설명하지 않기로 한 날들

오롯이, 나

by 숙희달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설명을 하지 않게 되었다.


결심해서가 아니라,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오해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설명했고,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말을 보탰다.


말하면

조금은 나아질 거라 믿었고,

그 기대로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설명은

자주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달라지는 건 상황이 아니라

설명하는 나였다.




어느 날 문득

설명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시키는 역할이

너무 오래 내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설명을

조금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설명하지 않는 날들이 쌓이자

마음이 먼저 조용해졌다.


무언가를 설득하지 않아도,

내 감정을 정리하지 않아도

그대로 있어도 괜찮아졌다.




설명하지 않기로 한 날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지도,

누군가를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저

더는 소모되지 않는 쪽으로

나를 옮겨 놓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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