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나
나는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해결책보다
감정이 먼저 다뤄지길 바랐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그걸 잠시라도
공감해 주길 원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늘 해결책부터 꺼냈다.
괜찮아질 방법과
정리된 결론들.
그 말들이 틀리진 않았지만
그 안에는
내 감정이 머물 자리가 없었다.
이상한 건
그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때였다.
그들은
공감과 지지를 원했고,
내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관계는 금세 불편해졌다.
그때 알게 되었다.
그 관계에는
조건이 있었다는 걸.
내 감정은
온전히 다뤄지지 않았고,
나는 늘
받아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방향을 바꾸었다.
공감이 오가지 않는 관계에서는
나도 더 이상
한쪽에만 기울지 않기로 했다.
그 이후로
관계는 줄었지만,
감정은 덜 소모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안다.
누군가는
내 감정 곁에
끝까지 남아준다는 것을.
그래서 관계는 줄었지만,
밀도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