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공감의 조건

오롯이, 나

by 숙희달



나는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해결책보다

감정이 먼저 다뤄지길 바랐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그걸 잠시라도

공감해 주길 원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늘 해결책부터 꺼냈다.

괜찮아질 방법과

정리된 결론들.


그 말들이 틀리진 않았지만

그 안에는

내 감정이 머물 자리가 없었다.




이상한 건

그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때였다.


그들은

공감과 지지를 원했고,

내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관계는 금세 불편해졌다.




그때 알게 되었다.

그 관계에는

조건이 있었다는 걸.


내 감정은

온전히 다뤄지지 않았고,

나는 늘

받아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방향을 바꾸었다.


공감이 오가지 않는 관계에서는

나도 더 이상

한쪽에만 기울지 않기로 했다.


그 이후로

관계는 줄었지만,

감정은 덜 소모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안다.

누군가는

내 감정 곁에

끝까지 남아준다는 것을.




그래서 관계는 줄었지만,

밀도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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