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드러내지 않고 아문다.

오롯이, 나

by 숙희달


나는 상처를 받으면

지인들에게 그 사실을 공유하고

위로를 받았다.


자잘한 상처들은

그들의 위로로 충분했다.



하지만

내 인생을 뒤집어 놓을 만큼 깊은 상처에는

그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었다.


그때 알았다.

타인은 들어줄 수는 있어도

같이 아파해 주지는 않는다는 걸.

오롯이, 내 몫이라는 걸.



그래서 상처를 잊기 위해

몸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하루를 빼곡히 채워

잠드는 순간까지 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상처와 마주하는 날에는

모든 일정이 무너졌고

나는 더 깊이 잠식되었다.



그제야 다른 방법을 찾았다.


이 일을 겪기 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사진첩을 넘기고,

단어를 적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설명하지 않았고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집중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상처는 아물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어떤 상처는 말해질수록 커지고,

어떤 상처는 침묵 속에만 아문다는 걸.


지금의 나는

그 상처에 잠식되지 않는다.

그 상처로 인해

나를 내려놓지도 않는다.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치유하는 방법은

결국

빛나던 나에게

나를 다시 돌려보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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