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타임캡슐(feat. 다비치)

오롯이, 나

by 숙희달

출근길이었다.

여전히 나는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중이었다.


라디오에서 다비치의 〈타임캡슐〉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 노래의 한 구절을 듣고

며칠 동안 같은 문장을 곱씹게 되었다.



‘어디까지 갔나요,

또 어떤 어른이 됐나요.’


어린 시절에는

장래희망이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대학 시절에는

유독 또렷하게 떠올리던

하나의 미래가 있었다.



때는 스무 살,

전주국제영화제에 갔을 때의 일이다.


처음 와보는 국제영화제에 들떠

동기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계산을 하고 숙소로 가려던 찰나,

카운터에서 말했다.


“계산은 저쪽 여성분이 해주셨어요.”


말해주지 않았다면

끝내 몰랐을 일이다.


그 여성분은

우리에게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고,

오히려 그 사실이 드러난 것에

조금은 부끄러워 보였다.


알고 보니

다른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했던 사회인이었고,

후배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계산을 해주었다고 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렸다.


티 내지 않고,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말없이 선의를 건넬 수 있는 사람.


그 여성분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꿈은

한동안 완전히 잊힌 줄 알았다.


삶을 버텨내느라,

상처를 지나오느라,

방향보다 당장의 하루에

집중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노래를 듣고 나서야

잊고 있던 내 꿈이

조용히 다시 살아났다.


아직 나는

상처를 치유하는 중이지만,

적어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빛났던 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빛났던 내가

꿈꿨던 미래로

다시 가고 있다는 것을.


그 질문에

처음으로 이렇게 대답해 본다.



어디까지 갔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치유 중이지만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는
다시 분명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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