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나
나는
착하게 살면 행복해질 거라는 말을
의심 없이 믿으며 자랐다.
그래서 상처를 받아도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상처를 준 사람에게
사과하며 관계를 지켰다.
그게
사람답게 사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착하게만 살던 엄마가 암에 걸려
내가 철들 새도 없이 떠났고,
다른 가족들 역시
조용히 살다
일찍 사라졌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착하게 산다는 건
대체 무엇을 보장해 주는 걸까.
나는 여전히
떳떳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배신을 겪었고,
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에서
가장 잔인한 손해를 보았다.
선의는
항상 존중받지 않았다.
세상은
참는 사람을 시험하고,
이해하는 사람을 밀어내며,
말하지 않는 사람의 몫을
자연스럽게 가져간다.
그래서 한동안
착하게 사는 게
덧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착함이 문제인 게 아니라
나를 지우는 방식의 착함이
문제였다는 걸.
이제 나는
모든 걸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선을 넘는 순간을 기억하고,
내 몫이 아닌 일에서는
조용히 물러난다.
나는 전보다 덜 착해졌고,
그만큼 덜 무너진다.
그 정도면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