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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jiya Aug 08. 2024

안녕, 다솜



   2006년 6월, 눈도 못 뜬 널 처음 만나 2024년 8월 6일, 처음과는 다른 이유로 제대로 눈을 뜰 수 없게 된 너를 보낸 나는 이 며칠 네가 살아있던 때보다 더 많이 너를 떠올리곤 해.


꼬물거리는 솜뭉치 같은 너를 보면서 고민 없이 나는 '사랑'의 순우리말인 '다솜'이라고 이름 지었어. 너무나 사랑스러웠으니까. 잘 먹고, 매일 나와 꼭 붙어서 자고, 산책을 하면서   만에 벌써 성견의 모습이 된 너를 보면서 이미 나는 너의 시간은 참 빠르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아.


양갈래 머리처럼 귀를 펄럭이면서 나를 향해 뛰어오던 모습, "다솜아~" 하고 부르면 내 배 위로 폴짝 뛰어오르던 모습, 아빠가 바닥에 엎드려서 읽고 있던 신문 위에 오줌을 싸버리던 모습, 너무 신나게 놀아서 윗입술이 잇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모습...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너의 기억들이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 하나둘씩 사라질까?



   네가 온 지 1년도 안 돼 애옹이가 태어났을 때, 임신 기간 내내 내 배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던 너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기가 내 뱃속에 있던 생명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질투 한 번 하지 않고 아기를 돌봐주더라.


이제 침대에 오르면 안 된다는 설명도 한 번에 찰떡같이 알아듣고, 아기가 울면 설거지하고 있는 내게 와서 나를 한 번 보고, 울음소리 나는 쪽 한 번 보기를 반복하면서 안절부절못하던 우리 다솜이. 다른 꼬마들한테는 앙칼지게 짖으면서도 애옹이가 덥석 움켜쥐거나 귀찮게 해도 으르렁 한 번 하지 않고 다 참아주던 우리 강아지. 고마워.



   열 살이 훌쩍 넘어서도 산책 나가면 "아직 애기인가 봐요~" 하는 말을 듣던 네가 작년부터 갑자기 "너, 나이가 좀 있구나~"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되면서 나는 괜히 서운한 마음에 "열여덟 살이에요." 하고 해명하듯 말했어. 그렇지만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았지. 건방지게 항상 나보다 앞서가던 네가 어느 순간 내 뒤를 따르는 순종적인 모습으로 바뀌었고, 따라오는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느려졌거든. 


반려견이 열세 살이나 열다섯 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지인들의 말을 들으면서 '그래, 우리 다솜이는 열여덟 살이나 됐으니 오래 살았어. 이제 언제 떠나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지.' 하고 생각하면서 네가 세상에 없게 되어도 나는 담담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나이 들면서 우리는 애증관계가 됐잖아. 순하기만 하던 네가 미용을 하거나 귀 청소를 해줄 때 나날이 고집도 세지고, 엄살도 심해지더라. 집에 돌아와도 사람이 온 줄도 모르고 잠만 자던 너. 가족들을 봐도 반기기보다 물끄러미 바라만 보게 된 너는 이제 예전처럼 가족들과 정서적 교감을 하기보다는 그냥 그 자리에 있는 존재였어.


그리고 너는 참 깔끔 떠는 강아지였지. 집에 있을 땐 타일바닥에서만 볼일을 보면서 또 같은 자리에 두 번은 절대 허용하지 않아서 베란다와 화장실을 번갈아가면서 용변을 보니, 나는 두 곳을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하는 게 힘들어서 너를 숙제처럼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아.


그런 깔끔쟁이가 다리에 힘이 다 빠져 기저귀를 차니 낯선 감각이 거슬리는지 제 엉덩이를 보면서 낑낑거리던 모습이나, 집에 사람이 없을 때 젖은 기저귀를 벗겨줄 사람이 올 때까지 혼자 울고 있던 모습을 보는 건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었어. 네가 힘들어하는 모든 순간을 지켜주지 못하는 내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혼자 보내게 한 시간들이 돌이켜보니 너무 미안하구나.



   물리적인 죽음은 그저 별 거 아니더라. 나는 너의 하얗고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고, 해달처럼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추고, 분홍색 젤리 같은 발바닥을 만졌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한 줌이 되어버린 너를 보면서 한 생명이 죽고 사라지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어. 아직도 너에게서 느꼈던 촉감과 잠깐 정신이 들 때 나를 빤히 바라보던 까만 두 눈은 여전히 생생한데 말이야.  


그렇지만 다솜아, 나의 마음은 너와 아주 긴 이별을 하게 될 것 같아. 내 눈물은 하루씩 더 빨리 마르게 될까? 어느 날 문득 너를 닮은 강아지를 보면 나는 너를 떠올리면서 웃을 수 있을까? 그냥 우리 이별하지 말고 영원히 내 마음속에서 살아줄래? 처음 우리 곁에 온 날부터 떠나간 날까지의 너의 모습 잊지 않을게. 너로 인해 많이 행복했어. 다솜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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