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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 On Mar 31. 2023

부정교합이라서 수술해야 합니다.

회원님들을 만날 생각에 계단을 오를 때부터 설렘을 느낀다. 출근한 뒤 가장 먼저 음악을 튼다. 오늘은 특별히 꽃도 한 다발 사 왔다.


요가를 시작한 지 25년이 되었다. 누가 물었다.

"선생님한테 요가는 뭐예요?"

"저에게 요가는 '나'예요."


순식간에 답을 하고 난 뒤 갑자기 생각에 잠겼다. 지난번에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요가의 이론에 대해서만 답을 했었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같은 질문에 답이 바뀌었다. 왜일까? 고민 끝에 요가는 삶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문득 내가 언제부터 요가를 시작했는지 궁금해졌다.






'딱딱딱'

대학생 때 일이다. 배꼽시계가 요동을 칠 때 부리나케 식당으로 달려가 점심을 주문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나오는 음식 앞에서 급히 수저를 들었다. 한술 뜨려던 그 순간 갑자기 귀밑에서 ‘딱딱딱’ 낯선 소리가 들렸다. 익숙하지 않은 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무슨 소리일까?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건 분명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등록금 내기도 빠듯하던 시절 빈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아르바이트하던 때였다.


병원은 가고 싶지 않지만  버틸 수 없었다. 허리도 말썽이고 치아도 말썽이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며칠 고민 끝에 버스 타고 치과를 가는 길. 해는 밝았지만 내 마음은 잎이 다 떨어진 나무 같았다. 용기 내어 치과 입구에 들어선 순간 독특한 냄새가 불안을 자극시켰다. 사람들이 치과를 싫어하는 이유를 다시 느꼈다.


치료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리라는 간호사 목소리에 등이 오싹해졌다. “어깨랑 어금니 힘 빼세요.”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힘이 안 빠진다. 어떻게 빼는지 모르겠다. 긴장 속에서 간신히 입을 벌렸다.


내 치아 상태를 보신 의사 선생님께서는 부정교합이니 수술 후 교정기를 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수술 후에도 비용도 계속 들고 나이 들면 다시 삐뚤어질 수 있다는 말씀도 보탰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부모님께는 말을 못 하고 혼자 걱정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일하는 동안 의사 선생님의 말이 머릿속을 채웠다. 근본치료가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비용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몇 날며칠을 고민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본치료’

근본치료가 뭘까?


지금이야 검색하면 많은 정보를 쉽게 얻지만, 당시는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비싼 치료비용이 없었고 몸은 계속 치료를 원하고 있었기에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생소한 단어 부정교합이 무엇인지 먼저 찾아봤다.

턱이 삐뚤어져서 윗니와 아랫니가 안 맞는 상태라고 했다. 목뼈에서부터 문제가 있고 등뼈도 연결된다고 한다. 앗! 그래서 항상 오른쪽 편두통, 오른쪽 등도 뻐근하고 오른쪽 골반, 오른쪽 허리까지 아팠고 생리통도 심했던 거구나! 몸이 이렇게 연결되어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게 뭐지?


정보를 깊이 찾기 시작하면서 요가가 교정운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수술은 비용도 많이 들고, 무서웠기 때문에 ‘요가를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요가는 수술보다 비용이 덜 들고 꾸준히 하면 좋아진다고 하니 무섭지 않았다, 그래! 요가를 해보자. 마음을 먹고 요가원을 알아보았다. 가까워야 꾸준히 할 수 있으니 집 근처로 알아보았다. 주 2회 25만 원. 대학생인 나에게 너무 큰돈이다. 어떡하지? 또 한 번 돈 앞에서 고민이 되었다.


요가원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누가 나오더니 “들어오세요.”했다. 요가선생님이셨다. 키도 크고 목소리도 부드러웠다. 맑은 얼굴에 미소 지으며 반겨주는데 나도 모르게 “네~”하고 대답한 잠시 뒤 상담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했다.


너무나 따뜻한 목소리와 미소가 내 몸을 감쌌다. 편안한 마음에 나의 상태를 줄줄줄 얘기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했다. 내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


선생님께서는 부정교합을 걱정하는 나에게 몇 가지 동작을 알려 주셨다. 동작을 따라 하는데 마음이 편하고 불편했던 목과 어깨가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신기했다. ‘이거다!’


바로 등록하고 요가원을 나오는데 “이제 살았구나! 나 살 수 있구나!”하고 소리쳤다. 그 순간 요가를 만나게 된 모든 과정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부정교합부터 허리통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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