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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파리 Jul 25. 2024

그렇고 싶지 않았다.

왜 나는 다시 울기 시작했을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환갑기념으로 여행을 떠나고,

고양이와 나는 남겨져서 10일을 평소처럼 보내려고 했다.


친구와 함께 고양이와 놀고, 보살피며 잘 지내면 되겠다, 하고 생각하며 출근하던 때

갑자기 뒤차가 나를 추월하다 사고를 일으켰다.


또다시 느꼈다. 젊은 여자가 평범한 차를 타고, 운전을 하는 상황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을 하고,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붓는 이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보험사와 모든 지인들에게 물어 물어 내가 분명한 피해자임이 밝혀졌으나,

상대측은 나를 가해자로 몰아갔다.

교통사고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한 주였기에 

겨우겨우 출근해서 1시간 반의 병가를 얻어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괜찮을 줄 알았다. 계속해서 악화되는 몸상태를 알아채지 못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려 보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어깨가 움직이지 않고, 몸 전체가 굳어 혼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하필 아무도 없는 이 시기에, 내가 보살필 생명도 있는 이 시기에

왜 그런 사람과 사고가 나서, 나는 이렇게 다치고,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일주일을 전부 회사를 가지 못할 정도였다.

회사를 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개도 돌아가지 않았고, 일어날 때마다 괴성을 지르지 않으면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아파서일까, 이제까지의 설움이 터져 나왔다,

왜 나는 즐거움이 하나 없는 일을 하다가 이렇게 다쳐서

갑자기 이렇게 남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을까.

그냥 이대로 해고되는 게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겨우 3명이서 일하는 곳에서 사람 하나가 빠져, 이렇게 계속해서 피해를 주게 되니

나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아무도 눈치를 주려 하지 않지만, 내 몸에 굳어버린 습관이

남에게 민폐를 끼치고 사는 것이 죽어도 싫은 내 성격이 나를 또 동굴로 들어가게 했다.


무서웠다. 그냥 이대로 일 때문에 힘들어서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는데

다른 일을 도전하고자 했는데 이렇게까지 편의를 봐준 곳에 내가 감히 떠난다고 말을 해도 

되는 것인가.


더욱이 좁은 고향에서 일하고 있어, 내 이야기를 알려면 전화 한 통이면 될 텐데,

이게 내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가.

아니면 핑계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서러움의 눈물이 터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를 위해 사는가, 돈을 위해 사는가,

학업을 위해? 미래를 위해 무엇을 위해 지금 나는 이렇게 용을 쓰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인가.


철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철학자들의 생각의 원천이 지금 나와 같지 않을까

아픈 동안 맘 편히 쉬고 싶었지만 쉬는 방법을 여전히 모르겠다.

쉼이란 어떻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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