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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파리 Jun 29. 2024

가장 아팠을 시기의 글들 (2)

이제는 다시 볼 수 있는 나의 글들 (1)23.2.28


새로운 시작과 정리되는 과정


23.02.28


지금 내게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틀 뒤면 작년과 같은 회사의 다른 부서에 입사하여 기시감처럼 같은 시기를 다른 일로써 보낼 것이다.


그 가운데는 너와 만났던 것과 같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겠지.

실은 처음 당신을 봤을 때 멀어서 단정한 옷과 머리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리고, 참 옷을 예쁘게 입는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당신이 말했던 처음부터 내가 예뻤다든지, 말하는 게 멋있었다든지 하고 기억에 남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그렇게 되지 않을 사람이라 생각했다.


술과 담배는 우리에게 매개체였을까, 독이었을까.

그 두 가지 백해무익이라는 것들이 우리를 엮어내었으니, 매개체이지만 현재 우리의 관계로써는

독과 같은 것이겠지.

그날 내가 평소와 달리 몸이 안 좋아서 몸을 사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면.

나를 싫어하는 선배가 일부러 너를 예쁘다고 말했다는 걸 크게 소문내지 않았다면.

간헐적 흡연자였던 그때까지의 내가, 술을 마시면 담배를 피우는 버릇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런 구질구질한

인연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네게 반하고, 마음을 준 이유는 사실 별것이 아녔다. 남자 중에 처음으로 정세랑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던 것,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던 것, 조금은 외모에 신경 쓰고 정갈하게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던 것.


아니다, 별것이었구나. 내게 그런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으니 내가 그토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을 계속해서 당신을 생각하는구나.


아직 내게 남은 너를 다 뱉어내려면 너와 만났던 기간이면 충분할까. 그보단 오래 걸리겠지 나는 원래 느린 나는 이것조차 남들보다 느리겠지.


아직도 함께 있는 것 같은 곳에 가면 네 추억이 함께 떠올라. 새로운 사람들과의 추억들로 채운다.

당신을 지운다기보다는 덧칠해갈 작정이다.


당신과의 기억은 내겐 찬란했기에 잃고 싶지는 않다.

덧칠한 색이 아름다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걸로 됐다. 남아있다는 것으로 나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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