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이어진 두 영혼

by 이보미

2년 전 우리 가족이 된 반려견의 이름은 몰랑이다.


오랫동안 뜬장에 갇혀 지낸 탓인지

덩치에 비해 뼈가 너무 약했고,

그래서 딸아이가 '몰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몰랑이는 번식장 철창에서 구조된 아이다.

그 열악한 환경에서 몇 년을 버텼는지 알 수 없다.

야외에서 비닐 한 장에 의지한 채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견뎌낸 듯했다.


보호소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

몰랑이는 우리를 쳐다보지 못했다.

조금 사시가 있는 눈은

사람의 시선을 피해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발견 당시 아이는 영양실조였고,

발은 마치 닭발처럼

오랜 시간 뜬장 위를 딛고 살아온 탓에

기이하게 벌어져 위로 굽어있었다.


입양한지 2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식분증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잠시 눈을 떼면

돌돌 굴려가며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곤 한다.


어쩌면 그 좁은 곳에 갇혀

먹을 것도, 놀 것도 찾을 수 없던 시간이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을지 모르겠다.


그곳에서 버틴 시간만큼

또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치유될 수 있을까.


처음 산책을 나갔을 때

아이는 똑바로 걷는 법을 잊은 듯했다.

시야는 좁았고,

쉬야나 마킹처럼 자연스러운 행동조차 하지 못했다.


꼬리는 내내 아래로 처져 있었다.

꼬리를 올릴 줄 모르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니까.


세상이 너무 낯설고,

바닥의 흙조차 두려워하는 눈빛.

몰랑이에게는

두려움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좀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하루도 산책을 거르지 않았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렇게 반년쯤 흘렀을까.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꼬리가 천천히 올라오더니

언젠가부터 흔들리기 시작해다.

낯선 소리에 움츠러들기만 하던 몸도

조금씩 차분해졌다.


그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조용히

세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이었다.

문이 열린 단골 카페 안으로

아이가 혼자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리고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카운터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우유가 나오길

기대에 찬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금의 몰랑이는

사람들 곁에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고

낯선 강아지들의 시선도

조금씩 받아들이며

세상과 함께 숨 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카페 직원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면

조용히 꼬리를 흔들며 응답할 줄도 안다.


두려움으로 굳어 있던 시간들이

천천히, 조용히

몰랑이 안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개, 나의 털뭉치 동반자>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개들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고스란히 비춘다.

개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곧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를 개선하는 길이다."


저자의 말처럼

몰랑이는 늘 나를 비추고 있었다.


낯선 세상 앞에서

조심스레 내딛선 그 작은 걸음이


어쩌면

내 마음 귀퉁이까지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우리는 서로의 숨에 기대어

나란히

세상을 알아가고 있었다.


두려움 앞에서 멈춰서는 마음도,

조금씩 나아가 보려는 용기도

서로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안에 스며드는 존재라는 것을.


그 때 느낄 수 있었다.


네 눈이 흔들릴 때,

나도 흔들렸고

네 꼬리가 살짝 올라올 때,

나의 마음도 함께 들떴다.


그래서 이 세상은

더는

너만 두렵거나

나만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함께 떨고

함께 걸어보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이미 하나였다.


그 사실이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었다.


몰랑이의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일.

진정한 행복은

아마 그런 순간에 깃드는 게 아닐까.


두려움이 머물던 자리마다

희미한 온기가 스며들고,

그 온기가

우리의 하루를 천천히 감싸주었다.


언젠가 몰랑이의 걸음이

세상 끝까지 닿지 않더라도

그 발자국마다 함께한 마음은

아주 오래,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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