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입는 천,
왁스캔버스로 만든 가방 이야기

by 이보미

가끔은

한 장의 천이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시간이 남긴 질감,

손끝에 전해지는 거친 표면,

햇빛 아래서 조금씩 바래가는 색감까지.


사진 속 가방에 사용한 소재는

'왁스 캔버스'다.


15세기, 영국 선원들은

돛이 바람을 더 잘 받도록

아마포에 기름을 먹이기 시작했다.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젖지 않게 하려는 지혜였다.


그 후로 이 소재는

항해자, 탐험가, 광부, 군인들의 옷과 가방에 사용되며

수백 년을 버텨왔다.


왁스캔버스는 처음에는 단단하고 낯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름이 생기고

내 몸에 맞게 조용히 익어간다.


그런 점이 특히 좋다.

시간이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이 나만의 것이 되는 느낌.


에어블리스를 운영하며

많은 소재를 만져봤지만,

왁스캔버스는 특히

'시간과 함께 만들어가는 가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게 가죽은 선택지가 아니니까.


도심 속 반나절의 짧은 여행,

바람 부는 강변 벤치에 앉아 펼쳐 든 책,

책장을 장난처럼 넘기는 바람,

집에서 설레며 싸온 샌드위치.


가방 위에

나뭇잎 그림자가 흔들리며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순간들...


그런 장면들에 어울리는 가방을

만들고 싶었다.


사진 속 왁스캔버스 가방이

당신의 시간 속에서도

아름답게 에이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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