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지독하게 삐걱대며 걸어갈 우리들

[대학과제5 : 기말보고서]

by 관광학도

“대체육 조 준비 완료 되었습니다” 별안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그가 ZOOM 수업시간에 전체 채팅을 통해 뱉어버린 말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조원들이 입을 막고 원망의 눈초리를 발사하게 하는 트리거와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 조는 나 때문에 마지막까지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안 얘들아..)


돌고 돌아 마무리는 역시 조별과제였다. 대학 생활의 꽃, 조별과제. 조별과제는 사람이 모이게 된다. 발표를 잘하는 사람, ppt를 잘 만드는 사람, 혹은 둘 다 재능이 없는 사람. 그리고 기대치가 큰 사람, 목표치가 조금 더 낮은 사람. 서로 생각과 마음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차라리 넘어져 팔다리가 분해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굉장한 고찰이나 깊은 고민 없이도 당연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왜 거의 모든 교수님들은 우리에게 이러한 시련을 주시는 것일까? 결코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사회에 나가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협동심과 팀워크 기회를 사전에 경험해 볼 수 있게 해 주시려는 것이노라 말씀하신다. 특이 케이스로 먼저 사회를 접하고 학교에 와 조별과제를 경험한 우리는, 조별과제가 사회의 팀 작업보다 훨씬 힘들었노라 말한다.

회사에서는 돈을 받는다. 받는 양에 따라 일의 양과 책임의 무게 역시 달라진다. 각자 본인의 몫이 있는 것이다. 팀 작업이지만,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차갑다. 웃기게도, 더 나은 팀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개인 위주의 일에 집중한다. 각자 맡은 개인 업무를 완벽하게 소화했을 때, 그것이 부품처럼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가 된다.

그에 반해 조별과제는 각자에게 몫을 배분하지만, 그에 대한 동기가 불명확하다. 본인 몫에 대한 보수가 정확하지 않고, 함께 뭉뚱그려 받게 된다. 내가 잘해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내가 못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는 개미와 베짱이를 만들어 낸다.

조별과제를 하기 전, 의견 충돌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실제로, 대체육에 찬성하는 학우들과, 그렇지 않은 학우로 나뉘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대체육에 대체로 회의적인 쪽이었다. 하지만 근거에 의거한 양 쪽 의견을 들어본 결과, 양쪽 다 설득력이 있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의견이었다. 그리하여 우린 양쪽의 의견을 절충하여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대체육을 하나의 식품으로 봤을 땐 가치 있지만, 굳이 육을 대체하는 용도로서는 부족하다)

조별과제를 하기 전에는 의견 대립에 대한 걱정이 있었으나, 의견 충돌은 사실 굉장히 열정적이고, 또 건강한 것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다. 침묵과 무관심. 어쩌면 나 역시 어떤 이들에게 대답 없는 허공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대체육 조는 나름 열심히 각자 팔로서, 다리로서 버둥거렸다고 생각한다. 비록 마지막에 조금 뒤에 발표하자는 조원들의 말을 못 듣고, 내가 냉큼 “대체육 조 준비 완료 되었습니다”를 외치며 우리는 넘어지긴 했지만, 발표를 마치고 마지막 질의응답시간까지 만족스럽게 마무리하면서, 팔다리가 분리되는 대신에,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앞으로 4년 동안, 또 지독하게 삐걱대며 걸어가보자.

마지막 과제를 업로드하며, 교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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