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 개냥이와 시크냥

by 김경미

우리 집으로 입양된 이후의 제리의 삶은 그야말로 천지개벽하듯 달라졌다.


제리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우리 집에 오기까지 파란만장한 시간을 겪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몸무게도 4개월 고양이의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1kg을 간신히 넘긴 정도였다. 어느 한 펫샵의 작은 우리 안에서 다른 고양이 십여 마리와 함께 발견된 제리의 모습은 처참했다. 며칠을 먹지 못해 삐쩍 마른 데다 배설물과 뒤섞여 얼굴 전체가 염증으로 짓물러 가고 있었다.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함께 구조된 고양이 중 몇 마리는 세상을 떠났고 운 좋게 살아남은 제리가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우리 집에 와서도 한 달가량은 계속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는 가운데 점차 몸이 회복되어 갔고 날이 갈수록 재롱이 넘치는 귀염둥이로 자라났다.

마치 갓난아기가 새로 태어난 듯 삶에 활력을 되찾은 나는 아기 고양이 양육에 최선을 다했다. 제리는 건강을 회복한 뒤 식욕을 주체 못 했고 지금은 오히려 배가 땅에 닿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만큼 푸짐한 몸매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보리였다. 처음부터 보리는 사람을 따르지 않았다.

물론 보리를 이해한다. 엄마의 품을 떠나 낯선 우리 집에 왔을 때 밤새 나를 경계하며 하악질을 해대는 것이 너무나 가엾게 느껴졌었다. 왠지 못할 짓을 한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애완동물의 운명이 다 그렇지 뭐. 너무 어린 아기가 하루아침에 엄마 품을 빼앗겼으니 힘겹겠지만 그 이상으로 사랑해 주면 달라지겠지~?”


나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며 보리에게도 최선을 다하고자 혼자 다짐하곤 했다.


그럼에도 보리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고 도도하게 사람의 손길을 마다했다. 제리가 우리 집에 오자마자 천연덕스럽게 품에 안기고 애교를 부리던 모습과 너무 달랐다.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할수록 가족들을 더 멀리하며 곁을 주지 않았다. 제리와 보리, 둘은 색깔부터 외모, 성격까지 달라도 그렇게 다를 수가 없었다.


“엄마, 너무 신경 쓰지 마! 보리가 원래 전형적인 고양이의 모습이야. 오히려 제리가 개냥이인 거야. 이상한 것은 제리야”


보리의 까칠함이 심해지니 나 또한 나도 모르는 사이 제리에게 은근히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가 사랑받는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지…”


라며 점차 마음이 제리에게 기우는 것을 합리화하면서 겉으로는 두 고양이를 차별 없이 사랑하고자 애를 썼다.


제리는 처음 며칠 동안 자신이 독차지했던 사랑을 빼앗길까 봐 보리를 질투하며 견제하는 듯 보였다. 보리가 행여 내게 가까이 다가오려 하면 괜스레 시빗거리를 만들어 싸움을 거는 식이다.

하지만 어느덧 보리 곁을 떠나지 않고 그를 아기처럼 다루며 그루밍을 해주었고 모든 것을 함께 하려 했다.

먹고, 자고, 노는 것뿐만 아니라 종일 짓궂게 보리를 쫓아다니며 귀찮게 하기 일쑤였다. 보리에게 대장 노릇 하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는 것 같아 보였다.


딸과 나는 매일 밤 제리, 보리 중 누구를 데리고 잘까 궁리했지만 그것은 단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집사 주제에 감히 누가 누구를 데리고 자겠는가! 둘은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함께 잠들곤 했다.

특히 제리가 보리를 혼자 놔두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보리를 암컷으로 오인하고 있었던 우리는 제리 행동을 이성에 눈 떠가는 소년 고양이 모습이라 여기며 흐뭇해했었다. 조만간 있을 두 녀석의 2세 소식을 손꼽아 기대하면서…





< 구조 당시와 현재 제리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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