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 보리의 두 번째 이야기

by 김경미

엄마는 늘 나를 걱정하는 듯했어.

사실은 나는 지극히 정상이었거든. 보통 고양이들의 전형적인 성격이 바로 나라고. 그런데 바로 자기가 형이라는 이유로 허구한 날 나를 가르치려 드는 제리 때문에 나는 자꾸 비정상적인 문제아 취급을 받게 된 거야.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좋았어. 굳이 가족이나 제리도 크게 필요치 않았어.


하루는 엄마가 나와 제리를 데리고 “손 줘”를 가르쳐주었어. 먹을 것으로 유혹하며 손을 내밀어 인간과 악수하는 예절을 가르쳐 준 것이지.

그까지 것 손 내미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버티며 말을 듣지 않았어. 그러다 결정적으로 맛있는 간식 “츄르”가 등장할 때만 못 이기는 척 손을 내밀곤 했지.

그러나 제리 좀 보소. 시도 때도 없이, 아니 엄마가 원하지 않을 때도 자기가 먼저 엄마에게 손을 내밀어 자기가 “손 줘”를 마스터했다고 자랑질을 해대는 것이야.


뿐만 아니야.

어느 해인가 크리스마스 때 누나가 우리에게 선물이랍시고 우스꽝스러운 빨간색 모자와 초록색 모자를 사 가지고 왔어.

게다가 억지로 우리 머리에 어울리지도 않는 모자를 씌우는 것이었어.

나는 당연히 머리를 휘저으며 그것을 벗어던져 버렸어. 그러나 제리는 머리에 모자를 쓰고 얌전히 그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서 재롱을 부렸지.


결국 모든 구조가 제리는 착한 고양이로 칭찬을 받는 것이고 나는 모난 성격의 문제아 취급을 하는 것이었어.

나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고양이 그 자체인데 왜 모든 사람들은 내가 강아지처럼 굴기를 원하는 거지?


그러나 그런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는 있어. 형이지만 형 노릇하기에 2% 부족해 보이는 제리가 안쓰러운 것이겠지. 그래 내가 이해해야지.

짧은 다리, 저 모습으로 어디 가서 사냥이라도 하고 살아갈 수 있겠어?


그런데 왠지 요즘 나는 늘 피곤함을 느껴. 몸이 나른하고 입맛도 없고.

그래서인지 형 노릇 하겠다고 나를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제리가 더욱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

아 따분하고 답답한데 캣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야겠다.




< 크리스마스 모자를 쓴 제리 >


매거진의 이전글제5화 : 제리의 두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