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와 보리는 같은 먼치킨 품종의 고양이다. 그러나 같은 품종이라 해도 둘의 외모는 크게 차이가 났다. 제리의 다리 길이는 보리의 삼분의 일에 지나지 않을 만큼 짧았다.
제리가 보리를 처음 만났을 때는 5개월가량 형이었기 때문에 늘 보리에게 짓궂게 장난을 걸었고 보리는 언제나 수세에 몰리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길고 늘씬한 다리를 가진 보리가 점점 뛰는 속도며 점프력 등에서 제리를 월등히 앞서 나갔다. 제리가 다리가 긴 보리의 배 밑을 가로질러 지나가도 될 정도로 두 녀석의 키는 나날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되었다.
제리는 자신이 모든 면에서 주도권을 가진 고양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먼저 시비를 걸려고 쫓아가다가 한 걸음에 높은 창틀 위로 성큼 뛰어올라간 보리가 빤히 내려다보면 속수무책이었다.
앞만 보고 전력으로 보리를 쫓아 내달리던 제리는 항시 높은 장애물 앞에서 늘 ‘닭 쫓던 고양이’ 신세가 되기 일쑤였다.
때로는 보리가 침대 위로 도망치면 그쯤이야 자신 있다는 듯이 함께 껑충 뛰어올랐으나 아뿔싸~!! 안타깝게 침대 턱에 걸려 넘어지곤 했다. 그럴 때면 제리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딴청을 피우며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해 우리에게 웃픈 마음이 들게 했다.
부엌에서 어쩌다 바퀴벌레라도 마주치면 보리는 야생동물의 사냥 본능을 되살려 순식간에 자취도 없이 처치하곤 했지만 제리는 늘 2%가 부족했다. 바퀴벌레를 열심히 쫓아가서 앞 발로 내려치는 순간 항시 바퀴벌레가 한 걸음 더 앞서 나갔다. 형 노릇 하려 했던 제리의 위상도 그에 따라 점점 작아져만 갔다. 보리의 상대가 되기에는 모든 것에서 보리보다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항시 아픈 손가락이 더 애처롭고 마음이 쓰이는 법이다. 제리가 내게 있어 바로 그러한 존재였다. 언젠가부터 동생에게 치이기만 하는 제리가 안쓰럽게만 느껴졌기에 나는 항시 제리에게 형으로서 예우를 다해주었다.
먹을 것을 주어도 제리에게 먼저 주고 가급적 무엇이든 우선권을 주려 애쓴다. 짧고 약한 다리로 인해 행여 관절에 무리가 생길까 예방에도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 때로는 제리를 편애하는 것이 아닌가 은근히 신경 쓰였지만 애처로움에 더욱 마음이 쏠리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제리는 다리가 짧은 핸디캡 때문인지 사람에게 의지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눈치도 무척이나 빨랐다. 내가 가사 일을 할 때는 혼자 있다가도 기타를 치거나 운동을 하면 여유 시간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온갖 애교를 부리며 때로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자기 손을 잡아달라고 내게 그 짧은 앞다리를 내밀었다. 그 정도면 나도 기꺼이 하던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것 같다. 제리는 내가 귀가할 때 계단 발소리만 들려도 한 걸음에 현관 앞으로 뛰어나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함박웃음 짓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을 가도 문 앞에 앉아 기다리는 등 온종일을 옆을 맴돌았다.
어느 날인가부터는 제리의 잠자리가 내 침대로 고정되었다. 자다가 문득 눈을 떠보면 어느새 조용히 침대 위로 올라와 비스듬히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제리를 발견하게 된다. 나를 진짜 엄마로 믿고 따르는 제리를 보면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워 부디 오랫동안 우리 가족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하곤 한다.
< 점점 벌어지는 제리와 보리의 키 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