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고양이 (1편)

50년 만에 화가의 꿈을 이룬 나의 미술, 음악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

by 김경미


프롤로그


두근 거리는 가슴으로 한국여성작가협회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차라리 잊고 지내고 싶었지만 오늘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다행히 작품 접수와 심사, 발표 기간이 짧았기에 나의 기다림은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았다. 삼일 만의 발표. 나는 두근대는 가슴으로 당선작 발표를 검색했다.


“봄은 고양이로다”.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뒤로 이어지는 특별상 제일 상단에 있는 내 이름과 작품명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순간 내 입에서는 외마디 비명처럼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난생처음 도전한 미술 공모전에서 생각지도 않은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기쁨과 더불어 30여 년을 공직자로서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해왔던 내가 인생 후반기에 와서야 어린 시절의 꿈을 되찾아 미술작가로 변신하게 된 순간까지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실로 50년 만에 이룬 꿈이었다. 상처받은 어린 꼬마가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던 그림. 미술에 대한 소질이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나는 여상에 진학하며 화가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었었다. 그러나 은퇴를 앞두고 바쁜 공직생활로 거의 잊고 지내왔던 그림에 대한 열망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고 나는 그날로 줄 긋기서부터 그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화가의 꿈은 접었었다 해도 젊은 시절의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늘 그림과 함께 살아왔던 것 같다. 연애할 때는 커피숍에서 남편의 얼굴을 그렸고 산후조리 때는 옆에 누워있는 아기 얼굴을 그렸었다. 학교 캠퍼스에 누워 바라보던 멀리 남산의 불꽃놀이 장면을 그려 일기장에 붙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작은 습관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미술 작가로서의 삶이 결코 비단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기쁨과 보람보다는 스스로에게 절망하는 날이 더 많을 터이고 수많은 초보 작가들이 그러하듯 그저 그런 이름 없는 초라한 작가로 삶을 마감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생 후반기에 이르러 어렵사리 이룬 나의 꿈, 나의 새로운 삶에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쏟아 붓기로 다짐해 본다. 나의 치열했던 34년의 공직생활, 그 삶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글은 어린 시절 고난 가운데 음악과 미술에 빠져 살아가다 끝내 꿈을 이루게 된 나의 인생 여정과 은퇴 후 만난 아기 고양이 제리, 보리와의 이야기를 함께 엮은 것이다. 최근 주변 지인들로부터 어떻게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그에 대해 한 마디로 다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짧지 않은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 글을 통해 그분들의 궁금증이 풀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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