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쯤 브런치에 장장 30편에 걸친 자전적 에세이 “은혜 갚은 고양이”를 연재하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일요일을 제외한 주 6회였으니 무려 5주를 연속으로 이른 아침마다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솔직히 나는 지난 6월 연재를 시작하기 일주일 전까지 브런치라는 존재를 몰랐었다. 브런치라는 곳에 글을 올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의 인생 버켓 리스트에 전혀 없던 일이 불과 한 두 달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막연히 내가 살아온 인생 여정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선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 12월부터다. 평일에는 개인전 준비를 해야 했기에 일요일 하루를 글 쓰는데 투자하기로 했다.
12월부터 2월까지 대략적인 초안을 완성했고 뜻하지 않은 코로나 확진으로 한 달을 소비했으며 4~5월간 교정과 보완 작업을 했다. 상당량의 원고를 혼자 교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초안을 만드는 것보다 더 힘겨웠던 것 같다.
원고를 완성해 놓고 나서부터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원고는 써 놓았지만 이것을 어디다 써먹지? 몇 개월을 수고하여 완성한 것인데 그냥 사장시키기는 아쉬웠다. 난생처음 출판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곳저곳을 두드려 보았다. 그러나 무명의, 그것도 예순이 넘은 무명의 여성 투고자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정말 우연히 브런치라는 작가 양성 플랫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간신히 작가 신청을 했고 뜻 밖에도 며칠 만에 작가 선정 축하 메일을 받았다. 이미 국내 출판사들의 거절 메시지에 익숙해 있던 내게 브런치에서 너무 쉽게 손을 내밀어 주니 의아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선 매거진, 브런치 북 그 차이도 잘 모른 채 내 방식대로 무턱대고 연재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글을 정리해서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긴장감, 그리고선 바로 이어지는 독자들의 반응들. 간간히 좌절감에 사로잡혀 내가 아무 가치도 없는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용기를 주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30회에 걸쳐 기분 좋게 연재를 마칠 수 있었다. 연재 과정이 그 어느 때, 그 무엇보다 행복했던 것이다.
이후 보름이 후딱 지나갔다. 매일 새벽기도를 마친 후 글을 올렸는데 요즘 기도를 마치고 나면 마치 금단 현상처럼 무엇인가 모르게 허전해서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을 본다. 이게 뭐지? 당초 글을 쓰기 시작한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는데 왜 이렇게 허전한 걸까?
내게 있어 글은 완전히 일회성 외도였었다. 나는 개인전을 준비해야 하고 기타 레슨도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글을 쓰는 과정, 그리고 브런치에 연재하는 과정에 나는 이미 흠뻑 빠져버린 것이다. 마치 중독과도 같았다. 아무리 손사래 쳐도 소용없었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가 생성되었다. 아니 평소 생각해 왔던 모든 것이 글로 표현되어 흘러나왔다.
나를 진정시킨다. 그래 애써 글을 떠나겠다는 생각은 말자. 그러나 서두르지도 말자. 그림을 그리고 기타를 치면서 글 또한 나의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자. 머릿속을 떠도는 많은 생각들을 글로 옮겨 쉼터처럼 가끔씩 브런치를 찾아 글을 올려야겠다.
결국 나는 또다시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많은 것들의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대전환으로 인하여 바야흐로 이 삼복의 무더위 속에서 나는 나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