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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미 Aug 30. 2022

좌충우돌 여성 트리오『F3』를 소개합니다 (1)

내게는 함께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 모임이 있다. 이 친구들로 말할 것 같으면 나름 각 방면에서 공직자로 30여 년을 최선을 다해 근무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은퇴한 친구들이다. 서로 다른 부처에서 봉직하다 십 년 전 모 교육기관에서 동기로 만났다. 분야가 다르다 보니 성격이나 취향도 모두 제각각이다. 지적이며 매사 이성적인 선배 N, 강단과 소신으로 꽉 짜여진 막내 W, 그리고 오로지 감성 파인 바로 나.  가만 보면 자신이 근무했던 부처의 성격과 우리들 각자의 성품이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원래 타고난 성격 탓에 본인과 어울리는 부처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오랜 세월 근무하다 보니 근무부처의 성격에 가까워진 것인지 의문이다. (각각 어느 부처 출신인지를 상상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이지적이고, 똑 부러지고, 감성적인 정부 부처는? 절대 정답을 못 맞힌다에 한 표!)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딱 십 년 전인 2012년도에 만났다.


N선배는 교육기간 중 특별활동으로 나와 같이 기타 반에 가입했다. 그러나 워낙 이지적 성품이기에 점심시간이면 으레 도서관을 찾곤 했던 선배를 나는 음악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워낙 기타에 미쳐 선생님이 하나를 가르치면 열개의 악보를 찾아 연습하던 나였기에 금싸라기 같은 점심시간도 아껴가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는데 혼자서는 왠지 심심했기에 선배를 끌어들인 것이다. 선배는 못 이기는 척 나와 점심시간마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어울렸다. 열 달 가까이 되는 교육기간을 점심시간마다 함께 노래하며 지내다 보니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때문에 그 누구보다 친밀감이 더 했다.


W는 우리 중 가장 후배다. 나의 대학 후배이기도 한 W는 우리보다 몇 살 젊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모임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군말이 없다. 매사 철두철미 하고 총명하기라면 웬만한 사람 저리 가라 하는 행시 출신 박사님이다. 쟁쟁한 행시 출신 남자들도 감히 함부로 못하는 독보적 존재다. W는 음악을 무척 좋아하지만 기타반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타 반 수업 시간이면 강의실 제일 구석진 곳에 앉아 우리의 수업을 자주 지켜보았고 N 선배와 내가 노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그 시절을 물어보면 기타나 노래에 자신이 없었기에 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교육기간이 끝나고도 우리는 가끔 만나 저녁을 먹는다거나 차를 마시며 끈질기게 모임을 이어가다 내가 미사랑이라는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나서부터 노래모임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우리 트리오의 명칭은 『F3』.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노년이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명한 것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실제로 꽃처럼 아름다운 여성 3인이기도 하다. 미사랑에서 모여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부터 어느덧 『F3』라는 본격적인 여성 트리오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노래 실력을 소개하자면


N 선배. 나름 합창단과 성가대의 소프라노로 활약한 기간이 짧지 않다. 성량도 꽤나 풍부한 편이라 어떨 때는 녹음 소리에서 선배 목소리만 들리기도 할 정도이다. 고음에서 음이 약간 흔들리는 것이 유일한 단점. 대구 출신의 사투리가 노래할 때의 매력포인트.


W는 눈물겨운 노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재직 중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고 한다. 교육 기간 중에도 노래방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노래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본인 스스로 음치에 박치라고 생각하여 은퇴 후 마음먹고 음치탈출을 꾀하였다. 상당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하여 음치 탈출을 위한 레슨을 받았고 지금도 계속 성악 레슨을 받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음치 탈출 유튜버 도전을 꿈꾸기도 한다.


그럼 나는 어떠한가? 나는 기타를 배운 지 올해로 10년 차. 나름 전문가 과정을 거쳐 초, 중급자 대상 기타 레슨을 하고 있기에 음악에 대해 기본적인 감은 있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무척 좋아하고 직장 동료들과 노래방을 가면 무대를 휘저었다. 그렇다고 노래를 잘하는가? 아마추어로서 못한다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잘한다고 하기에는 성량도 풍부하지 못하고 고음에 취약하다. 『F3』에서 기타 반주와 화음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우리 트리오 정식 멤버는 아니지만 또 한 친구가 있으니 그는 나의 중학교 친구인 Y이다. Y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글을 쓸 기회가 있으므로 자세한 소개는 뒤로 미루고 이 친구의 역할을 소개하자면 멜로디언으로 노래 전주와 간주를 담당해주는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다. 별 볼일 없는 아마추어 팀이지만 갖출 것은 나름 다 갖추었음을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평생을 공직자로서 살아온 초로 여인 세 명의 좌충우돌 트리오 활동이 궁금하지 않으시려나? 노래에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있는 그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우리 방식대로 노래하며 은퇴 후의 삶에 풍요로움을 더하고 있는 여성 실버 트리오 『F3』의 활동을 다음 편에서 본격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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