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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미 Oct 31. 2022

소중한 여든일곱 구독자님들께

개인전 준비를 위한 휴지기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셨던 구독자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지난 초여름부터 브런치가 뭔지도 제대로 모른 채 무작정 써 놓았던 글을 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의 자전적 에세이 "은혜 갚은 고양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주시며 늘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요즘 왠지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린 것이 지난 11일이었으니 벌써 약 3주가 덧없이 지났습니다. 3주 동안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어요. "은혜 갚은 고양이" 30편을 5주 동안 거의 매일 연재할 때는 글을 올리는 순간이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는지! 그 이후로도 마치 글쓰기에 중독된 것처럼 쉬지 않고 1-2주에 한 편씩은 글을 올려 왔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글을 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인가 쓰려고 하면 생각이 뒤죽박죽, 집중을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종일을 안절부절. 그냥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하루가 빛의 속도로 흘러 가버렸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그동안 구상해 왔던 많은 이야기들을 펼쳐 놓으려 하면 오만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글쓰기를 방해했습니다.


5주 연속 아침마다 글을 올리던 지난 초여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급기야 브런치 측에서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라며 글쓰기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금년 중 브런치 북 하나를 더 만들겠다던 저의 야심 찬 계획도 모두 철회해야 할 상황이 되었답니다.


원인은 자명합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개인전 날자가 점점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첫 번째 개인전인 만큼 그동안 그려 놓은 그림이 꽤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글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곗거리일 뿐입니다. 기타 레슨이 조금 늘어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을 쓸 시간이 없을 만큼은 전혀 아니랍니다. 결국 초보 화가로서 첫 번째 개인전을 앞둔 마음의 중압감이 나의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것 같습니다. 보다 더 나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심이 나를 붙들고 있기 때문이겠죠.


개인전은 이미 일 년 전쯤부터 계획해 왔었습니다. 장소도 일찌감치 물색하여 예약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마음 가운데 늘 여유가 넘쳐 났었지요. 그런데 10월 중순쯤 갑자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중압감이 밀려왔습니다. 작은 전시회 참여는 몇 차례 해봤지만 온전히 내 그림으로 가득 채운 전시회, 기획부터 모든 세부 사항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개인전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니 마침내 안절부절, 좌불안석 나날의 연속이었어요.


따라서 그동안 부족했던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기꺼이 구독자로 등록해주셨던 독자님들께 저간의 속사정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가장 큰 현안인 개인전을 멋지게 마무리 한 뒤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보다 나아진 글을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치 잠시간의 휴지기를 알리는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독자 여러분들께 양해를 구하는 한편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브런치 활동 몇 달만에 수천 명의 구독자를 가진 멋진 작가님들도 계시다지만 제게는 여든일곱 분의 구독자님들도 너무나 과분하고 소중하다 생각합니다. 글럼프에 빠질 때면 힘을 주시던 여러 분들로 인하여 수개월을 브런치에 머물며 행복했었답니다. 구독자님들,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한 해 알차게 마무리하시기 바라며 내년 초 다시 찾아 뵈올 때 변함없는 응원과 격려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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