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제리의 첫 번째 이야기

by 김경미

안녕~ 나의 이름은 제리야!


아니, 말하자면 이제 제리가 되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는 걸? 내가 이곳 아담한 주택으로 입양되어 엄마와 함께 살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지어진 이름이니까. 엄마를 만나기 전 나는 서너 번 입양과 파양을 반복했어. 그때마다 이름도 바뀌었지. 진짜 엄마, 아빠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야. 엄마와 누나와 형이 있는 이 집으로 온 후 비로소 진정한 나의 이름과 집을 찾게 된 거지.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냐 하면, 이름이 정해졌다는 건 내가 이제 더 이상 안 쫓겨나도 된다는 뜻이거든.


난 무슨 이유인지 영문도 모른 채 거의 죽어가던 상태로 형제들과 함께 구조되었다고 해. 물론 그중 몇몇은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넜지. 내가 엄마를 만났을 때도 완전히 치료된 것은 아니었어. 엄마는 내게 계속 약을 먹이며 끝까지 보살펴 주었고, 지금 내 모습을 봐! 너무 건강하고 멋져 보이지 않아? 이건 내 자랑 같지만 엄마는 매일매일 나를 쓰다듬고 안아 주면서


“제리, 우리 아기야 너는 어쩜 이렇게 예쁘니? 너무너무 사랑스럽구나~!!”


하며 감탄하곤 하시지. 믿거나 말거나 자유지만 이건 명백한 사실이라니까.


나는 어여쁜 검정 얼룩 고양이야. 다른 고양이들보다 다리가 짧다고 해. 나는 사실 나의 다리가 긴지, 짧은 지 알 수 없었고 관심도 없었어. 그냥 나는 나일뿐이니까. 아기 때부터 죽을 위기를 겪으며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나에게 다리 길이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 게다가 짧은 다리지만 달리기 솜씨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거든.


살아가는데도 큰 불편을 못 느꼈어. 엄마는 짧은 다리를 가진 나를 위해 탁자 같은 높은 곳 옆에 꼭 디딤대를 놓아주시곤 했거든. 난 그런 엄마가 고마워서 기꺼이 애교를 부리고 매일매일 함께 사냥놀이, 술래잡기를 하며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


그러나 내가 입양된 지 두어 달 후 “보리”라는 아주 조그맣고 웃기게 생긴 녀석이 우리 집에 오게 된 후 비로소 나의 다른 점을 알게 되었지.


보리는 노랑 얼룩 고양이야. 나의 신붓감이라고 데리고 왔다는데 웬걸? 저 녀석도 나 같은 남자아이였지 뭐야. 내 주먹 한 줌 정도밖에 안 되는 조그만 녀석이었지. 그런데 말이야, 녀석은 나와 외모가 너무 달랐어.

앞다리가 쭉 뻗어 길쭉한 그 조그만 것이 감히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높은 곳을 향해 디딤대도 없이 훌쩍훌쩍 올라가려고 기를 쓰는 것 아니겠어? 내 앞다리는 보리의 반 토막에도 못 미쳤어.


우리의 첫 대면 때 엄마는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우리 사이를 철망으로 가로막고 서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준 적이 있었어. 나는 그런 보리를 보고 잠시 제리둥절 아니, 어리둥절하다가 앞다리를 들고 멍하니 서 있었지. 그런데 보리라는 녀석은 그 조그만 체구에도 불구하고 그 철망을 타 넘어 올라오더라고. 나는 기겁했지.


“아니 저 녀석은 도대체 뭐지? “


그래도 처음에는 내가 보리를 압도했었어. 암만 다리가 길어 봤자 5개월 정도 먼저 태어났으니 내가 훨씬 더 컸기 때문에 의젓한 형 역할을 할 수 있었거든. 강제로 엄마 고양이와 떨어지게 된 보리가 무서워할 때마다 그루밍을 해주고 쓰다듬어 주었었지. 그때만 해도 보리에게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져 그가 우리 집에 온 것을 진심으로 반가워했지. 정말로 보리를 아껴주고 형 노릇을 톡톡히 했었다고~!!


그런데 말이야. 그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 6 개월 정도가 지나자 뭔가 이상해지는 거야. 분명 내가 형인데 말이야. 녀석은 날이 갈수록 늘씬해지고 행동이 민첩해지면서 어느새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이건 아닌데… 정말 아닌데, 나는 분명 형이거든?


“내가… 내가 형이란 말이야~~!!”







매거진의 이전글제1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