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비코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어제 아침에 들었다. 지난 28일이었다고 전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엄마는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그 전날 저녁에도 늘 하듯이 저녁기도를 하시는 엄마 앞에 앉아 기도를 같이 끝내고 늘 그렇듯이 아홉 시가 넘어 밖으로 나갔던 고양이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는 아침에 고양이가 창문 앞에 있을 거라 믿고 기다렸는데 기척이 없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그 궁금함 속에 불현듯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불길함을 느끼셨으리라. 아침을 다 먹도록 고양이가 기척이 없자 엄마는 서둘러 나가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고양이집에 고양이는 없었다. 고양이는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었다고. 이미 몸이 굳어버린 녀석을 들어 올릴 때 번쩍 들리던 느낌을 엄마는 오래도록 느끼시리라. 고양이는 온몸에 상처가 나있었다고 했다. 목 뒤에도, 등에도, 배에도 상처가 나 있었고 상처 주변에 피가 나 있었다고 했다.
집으로 데려온 녀석을 엄마는 봉지에 담아 작은 수레에 싣고 남이 볼세라 서둘러 산자락으로 가셨다고. 산자락 소나무 숲 근처에 고양이를 묻고 오는 엄마의 발걸음은 더 무거웠겠지.
엄마는 고양이가 안 보이던 아침의 두세 시간이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하셨다. 이제는 눈이 닿는 곳마다 녀석이 눈에 밟혀 너무 힘들다고...
난 엄마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울었다. 혼자서 벽을 보며 청소를 하려고 찾아든 빗자루를 손에 든 채 혼자 울었다. 비코는 우리와 13년을 살았다. 아프기도 여러 번, 병원 치레도 잦았던 노란색 고양이였다. 작년 초에는 잇몸에 염증이 생겨 송곳니만 빼고 이를 다 뽑고 끙끙 앓던 녀석이 여름을 나면서 퍽 건강해져 있었다. 엄마는 늘 고양이가 당신보다 먼저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니 끝내 그리되었다. 당신 손으로 해 잘 드는 곳에 묻어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하셨을 걸 생각한다.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예쁜 말로 고양이의 죽음을 표현한다고 해서 슬픔이 더 작아지지 않는다. 옆집 사는 미나 아빠가 들러 비코의 소식을 나누고 서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끼리의 위로를 나누었다고 했다.
비코는 동네 아주머니 집에서 데려왔다. 꼬리가 길고 머리가 유난히 작아 암고양이처럼 보였던 잘 생긴 수고양이였다. 일찍 중성화를 시켜서 천진난만했던 녀석은 동네 사나운 고양이들과 잘 사귀지 못해서 가끔 다쳐서 돌아오기도 했다. 목욕탕을 가던 엄마와 나를 따라오다 신호등 앞에서 세 시간이나 기다렸던 녀석. 발목을 덮을 만큼 눈이 쌓여있던 저녁이었다. 엄마는 아마도 그날부터 비코를 마음의 깊은 곳에 데려다 두셨는지도 모른다. 무거운 녀석을 안고 집까지 오셨으니. 한밤중이면 꼭 나가서 산책을 해야 하고, 낮에는 집안에서 잠자기를 좋아하던 녀석을 집안 식구들은 한결같이 귀여워했다.
잇몸에 생긴 염증으로 밥도 먹질 못하던 때, 믹서에 곱게 단 캔을 접시에 담아 하루 두세 번씩 다 먹을 때까지 쫒아다니시며 먹이던 엄마. 입이 아파 씻지를 못해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녀석과 전기장판을 나누어 쓰시던 아버지. 식구들의 고양이 병시중은 길었다. 그러던 녀석이 이번 겨울 들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난 봄이 되면 나아지리라 기대했다. 비코가 불사신도 아닐 텐데 난 그렇게 믿었다.
여름이 되어 엄마 집에 다니러 가면 꼭 찾아가 보리라. 엄마가 묻어준 그곳에 비코를 찾아가 보리라고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