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초의 빈티지 아이템을 기억한다.
대학교 2학년 때 기나긴 공강에 우리는 늘 학교 앞을 배회했고 같이 다니던 언니 J의 추천으로 내 인생 처음으로 빈티지숍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빈티지라고 함은 시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한 장에 이삼천 원 하는 옷뿐이었는데 그곳은 달랐다. 귀여운 차림새의 주인이 꼭 자기와 닮은 옷들을 골라 가져다 둔 가게였다. 빈티지에 대해 알게 모르게 선입견이 있던 나는(무언가 찝찝할 것 같은 느낌) 그곳에서 너무나 취향에 꼭 맞는 체크무늬 베스트를 발견해서 구입하게 되었고, 그 뒤로 나는 온오〮프라인으로 빈티지숍을 쥐 잡듯이 찾아다니는 빈티지 덕후가 되었다.
내가 빈티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특별하고 특이한 옷을 찾을 수 있다는 점, 때때로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자원 순환의 의미에서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관리가 편해서’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디서든지 가방을 바닥에 툭툭 잘 내려놓고, 코트만 아니면 의자에 걸어둔 옷 밑단이 바닥에 끌려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모래사장이든 풀밭이든 엉덩이 붙일 곳만 있으면 풀썩 잘 앉고, 그야말로 옷을 관리하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사실 나는 내가 그런지도 잘 몰랐는데 옷 관리에 철두철미한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 나도 새 옷을 산다거나, 내가 생각했을 때 꽤 값이 나가는 아이템을 구매했을 때는 평소보다 조심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신경 쓰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다. 카페에 갔는데 가방 둘 곳이 없어 꼭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든가, 옷에 뭐가 묻을까 먹는 내내 신경을 써야 한다든가. 새로 산 물건이 망가지지 않을까, 묻지 않을까, 신경 쓰는 일이 버거웠다.
그래서 차라리 처음부터 오래된 것을 쓰는 것이 나에겐 훨 낫다. 자질구레한 걱정을 덜어주어 좋다. 마구 편하게 쓰고 입는다. 나의 손에서 오래된 것이든 누군가의 손을 거쳐서 오래된 것이든 그것들과 함께하는 날이면 그래서인지 에너지가 좋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나는 적극적으로 빈티지를 추천한다. 새 옷이 주는 설렘은 만끽하면서도 더럽히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의 굴레에서는 벗어나 보세요!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