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Oct 02. 2023

나는 때때로 지고, 때때로 이긴다

매일 무얼 사라고 말하는 소비사회에서 물욕과 싸우기

내 방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은 벽시계다. 엄마와 아빠가 결혼할 때, 대학 친구들이 결혼 선물로 사 준 것이다. 원래는 안방 벽에 걸려 있었는데, 내 방 벽시계가 고장이 나면서 여기로 오게 되었다. 그러니 이 시계의 나이는 적어도 27살은 된 셈이다. 


사실은 내 마음에 쏙 드는 시계를 구입하고 싶기도 했다. 예쁜 빈티지 시계를 내 방에 걸고 싶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 물건을 사지 말자는 신념에서 빈티지 물건들을 사는 것인데, 가지고 있는 멀쩡한 시계를 버리고 빈티지 시계를 산다면 그건 ‘빈티지’의 의미가 정말 있는 것일까?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방에 있는 벽시계를 내 방으로 들이게 되었다. 내 취향에 100% 꼭 맞지는 않지만, 나름 내 방의 가구 톤과 비슷한 밝은 우드색이고 숫자가 커서 시간을 아주 잘 확인할 수 있어 시계의 존재 목적에는 완벽히 부합한다. 

그래도 인테리어와 멋있고 근사한 물건들에 관심이 많은 나는 종종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새로운 물건들을 들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래도 최대한 유행을 타지 않고, 내 방에 저 벽시계처럼 27년은 머물 수 있는 것으로, 그리고 이왕이면 새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을 한번은 탄 물건으로 구입하려고 한다. 물론 장렬히 실패하고 반딱반딱한 완전히 새로운 물건이 내 방에 들어올 때도 많다. 최근 구매한 아주 작고 귀여운 무선 조명이 그 예다. 

그렇게 나는 때때로 지고, 때때로 이기며 산다. 그래도 살면서 지는 횟수보다는 이기는 횟수가 많기를 바라며! 오늘도 물욕과의 싸움을 한다.

작가의 이전글 게을러서 빈티지를 좋아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