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무얼 사라고 말하는 소비사회에서 물욕과 싸우기
내 방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은 벽시계다. 엄마와 아빠가 결혼할 때, 대학 친구들이 결혼 선물로 사 준 것이다. 원래는 안방 벽에 걸려 있었는데, 내 방 벽시계가 고장이 나면서 여기로 오게 되었다. 그러니 이 시계의 나이는 적어도 27살은 된 셈이다.
사실은 내 마음에 쏙 드는 시계를 구입하고 싶기도 했다. 예쁜 빈티지 시계를 내 방에 걸고 싶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 물건을 사지 말자는 신념에서 빈티지 물건들을 사는 것인데, 가지고 있는 멀쩡한 시계를 버리고 빈티지 시계를 산다면 그건 ‘빈티지’의 의미가 정말 있는 것일까?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방에 있는 벽시계를 내 방으로 들이게 되었다. 내 취향에 100% 꼭 맞지는 않지만, 나름 내 방의 가구 톤과 비슷한 밝은 우드색이고 숫자가 커서 시간을 아주 잘 확인할 수 있어 시계의 존재 목적에는 완벽히 부합한다.
그래도 인테리어와 멋있고 근사한 물건들에 관심이 많은 나는 종종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새로운 물건들을 들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래도 최대한 유행을 타지 않고, 내 방에 저 벽시계처럼 27년은 머물 수 있는 것으로, 그리고 이왕이면 새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을 한번은 탄 물건으로 구입하려고 한다. 물론 장렬히 실패하고 반딱반딱한 완전히 새로운 물건이 내 방에 들어올 때도 많다. 최근 구매한 아주 작고 귀여운 무선 조명이 그 예다.
그렇게 나는 때때로 지고, 때때로 이기며 산다. 그래도 살면서 지는 횟수보다는 이기는 횟수가 많기를 바라며! 오늘도 물욕과의 싸움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