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이는 시간으로 바꿔보자
보이지 않는 시간을
글을 통해 보이는 시간으로 바꿔보자.
이것이 백일동안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남편과 아내는 재택근무를 합니다.
아내는 그날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키보드를 치고 있습니다.
“여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시간이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귓가에서 들리는 남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아내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몸을 돌려 남편을 봅니다.
“당신하고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네.”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3시입니다.
밥 먹는 시간을 또 잊어버린 아내.
아내는
자기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과 표정을 봅니다.
그 표정이
참 고맙고 기분이 좋습니다.
해 질 녘
남편과 아내는 함께
산책을 합니다.
아내는
아름답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의 황혼을 생각해 봅니다.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이 풍경을 누리고 싶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시간,
손에 잡히지 않고
손을 빠져나간 무수한 우리의 시간들.
매일 비슷한 일상이지만
자세히 손바닥 위를 들여다보면
각 시간마다 작지만 뚜렷한
우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남편의 말이 떠오릅니다.
아내는 다시 곱게 물든 하늘을 바라봅니다.
조금 더 지나
육체의 시간이
하늘을 물들일 그때,
더듬거려도
알려줘도 우리의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을
그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아내는 생각합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시간이 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아직 함께 할 우리의 시간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때
곱게 접혀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서로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젠 대학생이 되어
세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고 있는 딸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줘야겠습니다.
엄마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엄마 아빠가 어른이 되어가는 너를
얼마나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지.
너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의 생각과 마음이 자리는 걸 보고
얼마나 설레고 기뻐하는지.
우리의 마음을 들려줘야겠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쉼 없이 달려가고 정신없이 변화하는
긴장된 삶 속에서
쉼을 주고 숨 고르기를
하게 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