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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Apr 01. 2023

길고양이 한 마리

어린 왕자의 장미




작년 6월 어느 봄의 끝날에 길고양이 한 마리를 집에 들였다. 처음에 현관밖에 놓아둔 먹이를 먹고 집 주변을 서성이며 집안을 기웃거리는 녀석의 눈을 보며 집 안에는 절대 안 된다고 했던 내 결심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저녁 예고 없이 무너졌고, 침대 위 만 빼고!라고 했던 철벽 같던 다짐은 다른 고양이와의 영역싸움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날 처참히 깨졌다.


길 위의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눈을 맞추고 같이 살면서 내가 고양이를 구했다는 생각보다 고양이가 나를 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 그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가 된다. 어린 왕자의 장미처럼.


주택에서 살고 있는 장점으로 나의 고양이는 사람처럼 집을 들락거린다.  밤이면 집안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동네 순찰을 돌고 잠시 들어왔다가 목을 축이고 쉬었다가 햇살이 좋은 오후에는 집 앞에서 해와 그늘과 바람이 적절히 조합된 나름의 명당을 찾아 쉰다. 동네의 여기저기를 탐색하고 놀다가  때로는 쥐나 새를 쫓아다니며 사냥을 하고 집을 몇 번 들락거린 후 저녁이 되면 집안으로 들어오는 자유의 영혼을 가진 나의 고양이. 어쩌다 고양이가 사람처럼 집을 들락거리게 되었는지, 동물은 안중에도 없었던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꾼 고양이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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