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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Mar 21. 2023

단 거 좋아하세요?



내 주변인을 두 종류로 나누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감성적이고 인간적이고 친절하며 낭만적인 사람이 많았다.  물론 하나의 잣대로 사람을 칼같이 두 부류로 나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단맛에 대한 선호와 특정한 심리가 연관이 있다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연구도 나만의 가설과 무관하지 않다. 단맛이라는 기준이 사람의 성향을 나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금까지는 적중했다.     

            

단맛은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포도당을 가장 많이 함유한 맛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인류생존을 위해 단맛은 필수적이었다고 한다.  단맛을 내는 음식은 아직 부패하지 않았다는 안전함의 증거였고 가장 많은 열량을 내고 인간에게 중요한 포도당을 함유했기에 단맛은 인간이 제일 좋아하는 맛으로 진화되었다. 모유에도 이런 종류의 단맛이 있다고 하니 단맛은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맛이며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맛이다.      


어린아이 치고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학원에서나 학교에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그 시간들을 아이들은 사탕 한알 때문에 울고 입안에 쏙 들어온 그것 하나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수 있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눈물과 정이 많은 사람은 드물다. 나이가 들어가면 건강상의 문제로 단맛을 꺼리는 사람들도 단맛을 멀리함과 동시에 사는 방식도 현실적으로 변하는 듯하다.  나이가 들어도 소녀 같던 친구가 어느 날 "설탕 안 먹은 지 제법 되었어" 하고 말하며 노슈거 블랙커피를 마실 때 예전의 어린아이가 다 자란 느낌이 들었다. 반면에 할아버지 할머니 중에서도 여전히 달콤한 사탕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보편적으로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아이 같은 웃음을 지니고 있었다.  


 일본사람들도 처음 만난 상대의 취향이 궁금할 때  똑같이 "あまいもの すきですか" 라고 묻는다. 단것을 좋아하는지로 다른 취향까지 유추하는 발상이 국경을 초월하니 재미있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거나 서로를 잘 모를 때 상대가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는 증거라도 찾은 양, 그것만으로 죽마고우라도 만난 듯 반가워지는 기분이 든다. 반면에 단 것은 별로 라며 말끝을 흐리는 사람은 마치 술꾼이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보면 세상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하는 것처럼 삶의 심오한 뭔가를 모르고 사는 사람같이 애석해진다.  초콜릿을 혐오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마치 외계인처럼 서로 코드가 전혀 달라서 둘 사이에 존재하는 유리벽이 가로막힌 듯 소통될 것 같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우울하거나 피곤할 때  달콤한 케이크나 디저트를 먹으면 기분전환과 피로회복에 잠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삶에 지쳐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는 먹는 것 자체도 꺼리게 되지만 특히 단맛은 생각할 수 조차 없다.  단맛이 주는 선물은 단순한 즐거움과 행복을 넘어서 삶의 의지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분류한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가  있다. 업무적으로 취업자에게 요구되는 유형이 따로 있고 인간관계에서 사귀고 싶은 유형이 따로 있다고 하는 정도로 성격유형이 사람을 먼저 판단한다.  갈대와 같이 흔들리고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16가지 중의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듯이 단맛을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뇌성향 좌뇌성향을 일률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성격검사의 결과가 자신의 성격의 전부라고 믿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나만의 기준은 평소에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지인에게 적어도 초콜릿이나 사탕을 선물하는 일은 피할 수 있으니 나름대로 재미있는 기준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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