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은 욕망을 바닥까지 드러내기 <옐로 페이스>
정신없이 고개를 파묻고 읽다 보니 끝에 다다랐다. 이 몰입감은 대체 뭐지?
예일대학 시절부터 나란히 작가가 된 지금까지, 아테네 리우를 향한 질투심과 열등감에 휩싸여 있는 주인공 준 헤이워드. 자신보다 이 친구가 잘된 이유를 찾기 바쁜데 그 이유가 이 친구의 타고난 매력(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인종 다양성, 외적 매력, 작품을 발표한 타이밍 등등) 때문이다 싶다. 그에 반면 주인공 준은 어떠한가. 평범한 재능에 평범한 백인. 아테네가 자신과 가까이 지내는 것도 만만한 친구여서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내가 자기와 견줄 만한 상대가 아니니까 놀아주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세계를 이해해주면서도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 그녀는 내가 감히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성취를 이뤘으니 내 앞에서 자기가 거둔 승리에 대해 떠드는 게 불편하지 않은 것이다. 모두들 그런 친구를 원하지 않나? 가망 없음을 이미 알고 있어서 절대로 상대의 우월함에 도전할 일이 없는 친구. 동네북처럼 만만한 친구 말이다. p.15
작가는 준의 마음을 상세히 비추면서 ‘다들 이런 마음 품고 살지 않아요?’라고 속삭인다.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인데, 친구의 죽음이 자신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된다면 이걸 놓칠 수 있겠냐고 눈앞에서 악마의 유혹을 던진다. 그 미끼를 덥썩 물고 아테네의 초고를 자신이 업그레이드했다며 합리화를 하고, 업계 관계자들의 전에 없는 관심을 받으면서도 언제 이 거짓을 들킬까 조마조마하는 준에게 독자로서 거리를 두다가도 스릴이 넘치는 이 사기극에 나도 모르게 동참하게 된다.
준의 사기극에 더해 더 흥미롭게 펼쳐지는 건 미국 출판계의 뒷이야기들이다. 저자의 인종다양성까지 고려하며 출간 작가를 관리하는 에이전트, 스타 작가를 만들어내는 자본의 힘, 베스트셀러니까 너도 나도 읽고 떠드는 독자들까지 이 쇼를 적극적으로 완성하는 구성원들이다.
작가의 노력은 책의 성공과 아무 관련이 없다. 베스트셀러는 선택되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과정에서 주어지는 혜택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p.108
출판계뿐인가. 한순간에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가 고속 나락하는 유명인들이 매일 한 명씩 나오는 요즘, 대중의 흥미와 관심은 가십으로 들끓었다가 빠르게 흩어진다. 이 동시성을 가진 소설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도덕적 분노에 힘입어 개인에게 쏟아지는 살인적인 응징은 과연 정당한가 판단도 하기 전에, 대중은 다음 타깃을 향해 빠르게 이동한다. 작가는 작은 이슈가 어떻게 불붙게 되는지 그 과정을 촘촘히 보여주면서 이런 문화가 우리에게 과도한 검열과 감시를 가져오고 있지는 않은지, 누가 이익을 얻는 것인지 등 영리하게 묻는다.
막판 1/3 정도는 잠을 미루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의 성공을 크게 바라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몰락을 원하는 것도 아닌, 나와의 싸움이라니.
그래서 팔리는 이야기는 대체 뭘까? 독자/대중의 선택은 존재하는 건가?
중요한 건 독자를 사로잡는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데에 작가는 무척이나 성공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