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환자가 밥을 치우지 못하게 한 이유

by 별빛간호사

한 환자분이 계셨다.
말기 위암 환자셨고, 식사에 대한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다.
하지만 몸은 그 의지를 따라주지 못했다.

처음엔 하루 세 끼 모두 신청하셨다.
그런데 밥상은 늘 뚜껑도 열리지 않은 채 그대로 병실 밖으로 나왔다.

“그냥… 괜히 밥이 앞에 없으면 서운해.”
풀이 죽은 얼굴로 말씀하셨다.

에어컨을 틀어도 병실은 반찬 냄새로 가득했다.
오히려 식욕을 더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사실 환자분과의 대화는 늘 어렵다. 그래서 내 얘기로 먼저 문을 연다.

“이틀만 더 근무하면 서울 놀러 가요~”
“아이구, 간호사쌤 좋겠네.”
“네.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잘 안 먹었는데, 가면 맛있는 거 많이 먹을 거예요.”

그 말에 환자분이 살짝 웃으셨다.
“그래요. 나도 먹는 거 참 좋아했는데… 혹시 입맛이 돌까 봐 먹방도 보고, 홈쇼핑도 봐요. 그런데 통 입맛이 없고, 음식은 왜 그렇게 다 달게만 느껴질까요?”
“아무래도 침대에 오래 누워 계시고, 항암 치료 받으시면 입맛도 변한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맞아. 근데 이상하죠? 밥상을 치우면 또 그렇게 서운해.”

그 순간, 생각이 열렸다.
밥상이 의미하는 게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 한국 사람들, 이런 말 자주 하지 않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잖아.”
“한국인은 밥심이지.”

그 밥상은, 그분에게 ‘삶의 의지’였다.
입에 넣지 못해도, 앞에 있기만 해도 좋았던 것.

그래서 조심히 말했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신 거죠?”
“맞아. 옆에 밥이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
“그럼 드시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말씀 주세요. 밥이 식으면 데워드릴게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조용히 말씀하셨다.
“아냐, 그냥 치워요. 냄새만 나고… 오늘은 안 먹을 것 같아.”
“그럴까요?”
“응. 고마워요. 내 얘기 들어줘서.”

나는 밥상을 들고 병실을 나서며 생각했다.

“내가 뭘 했기에 이 환자분의 마음이 달라졌을까?”

그건, 대단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경청했을 뿐이다.
삶의 의지를 알아주고, 있는 그대로 공감했을 뿐이다.
아프고 지친 마음, 자꾸만 꺾이려는 마음을 잠시라도 들어드렸다.

그리고 자기수용으로 번질 수 있었다.

현재는 점심만 신청한 후 곁에 두며 자기전에는 식판을 정리해드린다.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내 주변사람들이 혹시나 죽음을 앞 둔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있다면

곁에서 그저 가만히 있어주기

말없이 들어주기

눈맞춤

이렇게 3가지를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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