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근무 중이었다.
자판을 두드리며 기록을 정리하던 중, 병실 어딘가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끙… 끙…”
라운딩을 나가보니 한 환자분이 이마에 주름을 잔뜩 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셨다.
“괜찮으세요?”
“아뇨… 많이… 아파요…”
말씀하시는 것도 힘겨운 듯, 숨을 섞어가며 간신히 대답하셨다.
“진통제 드릴까요?”
“…아뇨.”
“…?”
“진통제 계속 맞으면… 중독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었다.
“네, 그런 걱정 충분히 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병원에서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는 엄격하게 관리되고, 안전하게 투여돼요.
밖에서 불법적으로 남용되는 마약류와는 작용도, 목적도 완전히 다릅니다.”
그분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내 말을 들었다.
“예를 들어, 뉴스에 나오는 마약들은 일반적으로 고용량의 순수 모르핀이나 펜타닐 패치, 혹은 정맥에 직접 주입하는 합성 오피오이드를 오남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약물은 환각, 쾌감, 도취감을 유발하는 게 목적이고,
자가 판단으로 복용하다 보니 중독 위험이 큽니다.”
나는 말끝을 조금 부드럽게 낮췄다.
“하지만 병원에서 쓰는 마약성 진통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통증 조절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용량도 체계적으로 조절됩니다.
환자분의 통증 정도에 따라 최소한의 양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사용으로 중독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그렇군요… 전 잘 몰랐어요. 그냥 자주 맞고 그러면… 약에 취하는 것 같아서…”
“네,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진통제를 적절히 쓰지 않으면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져서 삶의 질이 떨어지고, 피로감도 심해지거든요.
그리고 진통제는 통증이 아주 심해지기 전에, 통증이 시작될 때 맞는 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그렇군요. 전 잘 몰랐어요.”
“네. 그리고 여기 계신 건 치료보다 ‘편안함’을 위한 거잖아요.
마음 놓고 편하게 쉬셔도 됩니다.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나는 간호사실로 돌아와 주사를 준비해 다시 병실로 향했다.
진통제를 놓고 나온 뒤, 라운딩 시간에 다시 들렀을 땐,
환자분은 고요한 얼굴로 잠들어 계셨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찹잡했다.
그동안 얼마나 고통을 참아오셨을지.
또, 여전히 누군가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을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배워야겠다.
공부해서 남 주자.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