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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아, 그 따뜻한 손을 기억하며"

호스피스 간호사가 기억하는 마지막 인사

by 별빛간호사

이쁜아-

한 환자분은 나를 "이쁜아"라고 불러주셨다. 출근하면 "일하러 왔나, 이쁜아." 밥을 먹고 나면 "밥 먹었나, 이쁜아." 바쁘게 뛰어다니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이쁜이, 일이 많이 힘들제?" 그러곤 조용히 내 손에 뉴케어를 쥐여 주셨다.

환자분 옆을 보니 몇 개 남지 않은 뉴케어였다. "괜찮아요, 저 안 주셔도 돼요." 그 말에 환자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그래도 할미 마음은 그게 아니다. 주고 잡다." 그리고는 내 주머니에 꼭 넣어주셨다.

그렇게 매일 나를 불러주시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말수가 줄어들고, 이제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기력이 떨어지면서 환자분은 누워 지내셨고, 또렷하던 기억도 서서히 희미해졌다.

이제는 내가 처치를 해드릴 때, 그저 눈으로 조용히 인사해 주신다. 말없이 내 손을 꼭 잡아주시기도 한다.

가끔은 그 손이 너무 따뜻해서, 놓기 싫고, 의지하고 싶어진다.

나는 간호사로서 환자분께 힘을 드려야 하는데, 어쩌면 그분께 더 많은 힘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힘을 받아 다른 환자분들께 힘을 쓰고, 내 삶에도 보탠다.

사람이란 존재는 참 강하면서도 나약하다. 어떤 날은 환자분의 손을 꼭 잡고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다잡는다. 또 어떤 날은 그분들 앞에서 애써 환하게 웃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누군가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힘이 되어주고 있는가?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아직도 어렵고, 가끔은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환자분 곁에 간다. 그리고 그분의 손을 잡는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품을 내어주기를, 그리고 그런 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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